양재성(58) 서울 가재울녹색교회 목사는 태양광발전기 전도사다. 교회마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자는 게 양 목사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지난 6일 종교환경회의 종교인대화마당이 열린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양 목사는 “교회가 태양광발전 같은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이면 반드시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며 “적극적인 환경운동이야말로 교회가 사회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양 목사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창조세계 보존 운동에 참여하는 교회를 시상하는 녹색교회 시상식도 2006년 그가 시작했다. 교회들의 참여를 통해 창조세계를 보존할 수 있다는 건 그의 목회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14년 지금의 가재울녹색교회를 개척했다.
교회 이름에 평소 생각을 모두 담았다. 교회가 속한 서대문구 가재울 지역과 함께 환경목회를 하겠다는 비전을 녹였다. 가재울은 가좌동의 옛 이름이다.
교회는 2016년 주민 80가정과 함께 ‘서대문 녹색 마을’이라는 자치 조직을 만들어 환경보호운동을 하고 있다. 집 옥상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한 가정도 교인을 포함해 70가정에 달하고 적지 않은 가정이 집에서 사용하는 전구를 LED로 교체했다. LED 전구는 백열전구보다 절반 이상 에너지를 절감해 준다.
양 목사도 교회와 사택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전구도 교체했다. 교인들도 대부분 자치 조직에 참여했다. 창조세계 보존을 위해 교인과 주민이 힘을 합친 셈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하는 소형 발전기의 발전 용량은 300W 수준이다. 양 목사는 “하루 동안 냉장고를 돌릴 수 있는 용량으로 매달 5000~7000원 정도의 전기사용료를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 목사도 사택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기 전에는 전기사용료가 매달 3만5000원 정도 나왔지만 발전기 2개를 설치하고 전구까지 교체한 뒤 5년 동안 달마다 1만원 안팎의 전기료만 내고 있다고 했다.
양 목사는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교회들이 모두 태양광발전에 참여한다면 전국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원전도 줄일 수 있을 정도의 직접적인 환경보호운동이 될 거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구의 위탁을 받아 지역아동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40명의 아이가 있는 시설로 이곳 또한 친환경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교회는 아이들의 먹거리를 100% 유기농으로만 제공한다. 19.8㎡(약 6평) 넓이의 센터 옥상에 텃밭도 조성해 아이들이 직접 가지 고추 상추 깻잎 토마토 딸기 등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자연과 벗하는 기쁨을 알려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교회는 재생용지로 주보를 만들고 비누와 샴푸, 치약, 스킨로션 등을 천연 재료로 만들어 사용한다. 주민들과도 나눈다. 골프장이나 케이블카, 핵발전소 반대 집회나 기도회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양 목사도 매달 한 번씩 환경 설교를 하며 교인들의 환경 감수성을 일깨운다.
지구 환경을 고민하는 양 목사에게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그는 한시가 급하다고 강조했다. 양 목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는 2028년부터 전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며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줄이지 못하면 2100년 지구가 멸망한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게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원전 폐쇄가 어렵다면 당장 전국의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 위해서라도 850만명에 달하는 기독교인이 각 가정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교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게 양 목사의 제안이다.
그는 “창조세계 보존은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신앙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하나님께서 주신 에덴동산(창조세계)을 지키라는 청지기의 사명은 지금도 유효하다. 전체 교단이 목회와 사역의 모든 관심사를 환경 보호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환경 위기의 단계를 1부터 10까지 봤을 때 지금은 어디쯤 왔는지 물었다. 양 목사는 “9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며 “지금 기독교인들이 나서지 않으면 결국 우리 아이들이 다 죽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지구 생명체의 선한 이웃이 되자’는 게 양 목사의 오랜 바람이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모두 지구 생명체의 선한 이웃이 되는 날을 늘 꿈꾼다”며 “이제라도 모든 기독교인이 신앙적 관심으로 창조세계 보존 운동에 참여하자”고 권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