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강모(37)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 적용 전날인 지난 11일 헬스장에서 내보낼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새로 꾸렸다. 비말이 튈 수 있는 스피닝, 에어로빅, 줄넘기 등의 운동을 할 때는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달라진 거리두기 단계를 감안해 온라인에서는 ‘헬스장 허용 노래 모음집’이 발 빠르게 공유되고 있었다. 최신 인기곡인 방탄소년단(BTS)의 ‘버터’, 에스파의 ‘NEXT LEVEL’은 틀 수 있지만 회원들이 선호하는 레드벨벳의 ‘빨간 맛’은 삭제해야 했다. 강씨는 12일 “최대한 운동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음악을 골랐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의 한 헬스장 트레이너들도 이날 문을 열자마자 러닝머신 기계에 ‘시속 6㎞ 이하로 달려주세요’라는 안내문구를 붙였다. 관련 지침은 전날 회원들에게 문자로 공지됐다. 트레이너들은 수시로 러닝머신 주변을 돌아다니며 회원들에게 “속도를 낮춰 달라”고 당부했다.
거리두기 4단계 적용 첫날 자영업자들은 새 지침에 맞는 영업을 준비하기 위해 하루 종일 분주했다. 12일 오후 6시부터 수도권에서 3인 이상 사적모임이 금지되는 등 방역이 강화되자 규정에 어긋나는 게 없는지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손님 자체가 크게 줄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평소라면 직장인들로 북적일 오후 7시쯤 서울 종로구 일대엔 인적이 드물었다. 한 음식점 관계자는 “이렇게 손님이 없는 건 처음”이라며 “6시 이후 3인 이상이 오면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손님 자체가 없어 실랑이도 없다”고 했다. 식사 중이던 20대 여성 두 명은 멋쩍게 웃으며 “오늘 만난 건 SNS에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마포구 공덕동 일대 대부분 식당들도 테이블 1~2개를 겨우 채운 상태였다. 전(煎)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58)씨는 “직장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많이 찾는 곳인데 손님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들 사이에선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탑승 금지와 관련해 기준이 모호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앞서 방역당국은 “택시 3인 이상 탑승을 무조건 방역 위반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여의도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47)씨는 “가족이 함께 타거나 퇴근길 직장 동료면 3명 이상 타도 된다는데,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고 난감하다”며 “일단 태우고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당분간 사적모임을 중단하며 방역 고삐를 다시 조이고 있다. 야간 등산 동호회를 운영하는 최모(34)씨는 오후 6시 이후 하산 시 2명이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정부 방침이 나온 후 ‘2인 1조’ 운영 방식을 고민했다. 하지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모임을 취소했다. 최씨는 “당분간 동호회 모임을 중단하면서 방역지침을 따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신용일 이형민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