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 국제기구 조사 결과 일본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군함도(사진) 등에서 벌어진 조선인 강제노동 역사를 사실상 왜곡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조사 등을 토대로 일본에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을 조만간 채택할 예정이다. 세계유산위는 12일 홈페이지에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이 지난달 7∼9일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시찰한 내용의 실사 보고서를 게재했다. 일본이 작년 6월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군함도 등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모두 60쪽 분량으로 구성된 보고서는 1910년 이후 ‘전체 역사(full history)’에 대한 일본의 해석이 불충분하다고 결론을 냈다. 공동조사단이 이 시설을 시찰한 결과 일본이 한국인 등이 강제로 노역한 역사를 제대로 알리라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전체 역사’는 군함도 등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일본의 관점뿐 아니라 한국인 강제징용 노동자 등 피해자의 시각까지 균형 있게 다루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보고서는 1940년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조치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이 정보센터가 실제 산업유산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강제노역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전시가 없는 등 희생자 추모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오는 16일부터 화상으로 진행되는 제44차 세계유산위 확대회의에 상정될 ‘일본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안’도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이번 결정문안은 일본이 2018년 6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결정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strongly regrets)’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결정문안에는 또 일본에 강제노역 사실과 일본 정부의 징용 정책을 알 수 있게 조치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은 이러한 이행 요청과 앞으로 보완될 보존현황보고서를 내년 12월 1일까지 제출하도록 결정문안은 권고하고 있다. 이미 당사국으로부터 의견 수렴을 한 만큼 회의에선 토의 절차 없이 이 결정문안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5년 7월 징용 피해자를 기억하는 전시시설을 마련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이곳을 포함한 23개 메이지 시대 산업 시설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