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위해 발행되는 제로페이 서울사랑상품권의 인기가 상종가다. 하반기 발행 첫날부터 구매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앱이 먹통이 되는 등 오류가 속출했다. 할인폭이 10%에 달해 주부들 사이에 알뜰 재테크 상품으로 입소문이 일면서 발행되자마자 서울시 자치구 10여곳에서 순식간에 완판됐다.
12일 한국간편결제진흥원에 따르면 서울 내 22개 자치구서 사용 가능한 서울사랑상품권이 12~14일 사흘간 발행된다. 서울사랑상품권은 편의점, 배달 앱 등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상품권으로, 액면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 상품권 발행이 시작되자마자 몰려든 고객에 제로페이 앱은 바로 마비됐다. 앱에 접속하자마자 수십분씩 대기열이 생기는가 하면 ‘출금 중 오류 발생’ ‘404에러’ 등 오류 메시지가 속출했다. 서울사랑상품권은 페이코, 비플제로페이 등 20개 앱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다수 앱에서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강남·서초구 등 일부 지역은 발행 수 분 만에 전량 완판됐으며 이날 신규 발행된 16개 자치구 중 11개 자치구에서 완판됐다. 이날 오전 10시에 판매 개시된 용산구 동대문구 노원구 서대문구 강서구 총 5개구의 경우 발행액 총액 406억원 중 400억원어치가 1시간만인 11시까지 완판됐다. 서대문구에서는 일시적 애러로 도중에 판매가 중단됐으나 오후에 결국 나머지 6억원어치가 다 팔렸다.
간편결제진흥원 관계자는 “수요자가 몰려도 자동으로 대기열이 형성되기 때문에 이제까지는 눈에 띄는 오류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면서 “맘카페 등지에서 ‘10% 할인권’으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은 탓에 구매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판매가 개시된 제로페이는 특히 주부들 사이에선 교육비 결제 등에 안성맞춤이라는 입소문이 돌았다. 교육비 할인카드라고 해도 5% 할인 정도가 고작인데,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10% 할인을 받는 셈이어서 알뜰 재테크 상품으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주부와 학생들 사이에서 ‘학원페이’라는 애칭까지 들을 정도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사랑상품권은 1년여만에 누적 판매액이 1조원을 돌파했고, 이용 회원은 1만명에서 326만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런 인기로 인해 상품권 구매가와 액면가의 차액을 이용해 이득을 얻는 상테크족도 구매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울사랑상품권은 소상공인 점포 외에도 피부과, 성형외과, 고급미용실 등 제로페이 가맹점이라면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해 막대한 혈세를 동원해 소상공인 매출 증대나 팬데믹 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기존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반기 서울사랑상품권 판매를 위해 책정된 발행액은 4000억원에 달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