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기본소득(UBI)과 보장소득(Guaranteed Income)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특정 계층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이에 초점이 맞춰진 보장소득을 구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UBI와 보장소득 모두 사람들에게 복지나 현물이 아닌 현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개인의 고용상황 등 조건을 따지지 않는 것도 같다.
가장 큰 차이는 지급대상이다. UBI는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는 원칙을 중요시한다. 반면 보장소득은 소득이 낮거나 기본적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실제 대부분의 보장소득 실험들은 실험 참가자를 모집할 때 ‘중위소득 이하’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는 UBI와 보장소득의 목표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에 기인한다. UBI도 개인의 기본적 요구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자동화, 인공지능(AI)의 등장 같은 구조적 변화에 따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해된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즈 등 IT 기업 수장들과 실리콘밸리의 엘리트들이 기본소득을 주로 지지한다. 반면 보장소득은 팬데믹이 촉발한 심각한 양극화 위기에서 주목받은 것으로 성별·인종 등에 따른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적성이 뚜렷하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에 도전했던 민주당의 앤드루 양이 내걸었던 기본소득 프로그램이 UBI로 분류된다. 앤드루 양은 출마 당시 “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성인에게 1000달러를 지급하겠다”며 ‘자유배당금’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UBI는 재원 마련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앤드루 양이 주장했던 자유배당금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3조 달러(약 3443조원)가량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명한 코로나19 구제법안에 투입된 2조 달러(약 2295조원)보다 1조 달러나 많은 액수다.
보장소득에서는 ‘소득 역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준선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아닌 사람보다 소득이 적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전문가인 이오아나 마린스쿠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이에 대해 “1달러만 더 벌면 1000달러의 혜택이 모두 날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 야권이 내놓은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소득을 보전해준다는 점에서 큰 틀에서는 보장소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안심소득은 보장소득 중 ‘음의 소득세’ 버전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음의 소득세’는 고소득자에게는 세금을 징수하고 반대로 저소득자는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는 세금 체계다. 반면 여권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창하는 전 국민 기본소득은 보편지급의 측면에서 UBI로 볼 수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