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몇 분 체험에 수억원… 우주 관광, 부자들 잔치

입력 2021-07-13 04:07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등 우주비행선 유니티 22의 크루들이 11일(현지시간) 고도 55마일(88.5㎞)까지 도달해 약 4분간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 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있다. 내년부터 완전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버진 갤럭틱은 약 25만 달러 가격에 600여장의 우주 관광 티켓을 예약 판매했다. 신화연합뉴스

영국 우주탐사기업 버진갤럭틱이 11일(현지시간) 인류 최초로 우주관광 시범비행에 성공하며 우주여행 시대의 서막을 열었지만 우주선 승선 문턱은 장벽 수준이다. 우주 가장자리를 단 몇 분 경험하고 돌아오는 1회 탑승권 가격이 수억원에 달하는 터라 우주관광은 아무래도 부자들의 이색 취미활동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2014년 시험 비행 중 추락 사고 전까지 사전판매를 진행했던 버진갤럭틱의 우주선 좌석당 가격은 25만 달러(약 2억8670만원)였다. 원래 20만 달러(약 2억2940만원)였던 티켓값을 25%나 올린 가격이었지만 약 60개국에서 600명 넘는 예약자가 몰렸다고 한다.

마이클 콜글래지어 버진갤럭틱 최고운영자(CEO)는 “회사가 올해 말 판매를 재개하면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얼마나 인상할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기존 가격에서 1만 달러(약 1150만원)만 올려도 티켓값은 3억원에 달한다.

NYT는 “대다수 미국인이 그런 여행 비용은 감당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집값 수준인 여분의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나 우주 가장자리에서 잠깐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설했다.

버진갤럭틱이 쏘아 올린 우주비행선 ‘유니티 22’가 이륙 후 지상으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약 1시간 중 ‘우주’에 머무른 시간은 약 4분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은 우주선 탑승권 정상가를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블루오리진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2주년을 맞는 이달 20일 텍사스 서부에서 유인 우주선 ‘뉴 셰퍼드’를 발사할 예정이다. 한 승객은 베이조스의 우주여행에 참여하기 위해 2800만 달러(321억3000만원)를 지불했다고 NYT는 전했다. 블루오리진은 지난 5~6월 우주선 좌석을 경매에 부쳤다. 1차 입찰에만 136개국에서 52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2차 입찰 응찰가는 최고 240만 달러(27억5400만원)를 기록했다.

우주로 올라가 일정 거리를 날아가는 궤도비행은 훨씬 비싸다. 이르면 내년 초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까지 날아가기 위해 3명이 지불한 금액은 1인당 5500만 달러(631억1250만원)다. 버진갤럭틱이나 블루오리진처럼 우주로 솟았다가 그대로 내려오는 고고도 비행의 티켓값은 그나마 싼 편인 셈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는 오는 9월 민간인 4명을 우주선에 태우고 첫 궤도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