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완벽한 통제’로 도쿄올림픽을 안전하게 개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참가자의 입국부터 출국까지 이동 동선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제한해 일본 내 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11일 일본에 입국해 격리에 들어가면서 확인한 방역 현실은 그들의 주장과 달랐다. 복잡했던 참가 절차가 무색하게 공항부터 숙소까지 곳곳에서 방역 허점이 목격된다.
일본에서 방역의 첫 단계는 ‘침 뱉기’다. 코로나19 진단키트에 침을 담은 샘플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로 제출하는 ‘타액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진행된다. 이 샘플은 일본 입국 당일 공항에서 한 차례 제출된 뒤 곧바로 이동하는 호텔에서 격리되는 사흘간 매일 수거된다. 올림픽 참가자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지정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샘플 제출을 보고한다. 검사 결과 역시 같은 앱을 통해 통보받는다. 이 앱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 곧바로 격리 조치가 이뤄진다. 한국의 경우 선수, 체육 단체 관계자, 언론인을 포함한 올림픽 참가자들이 이미 백신을 2차례 접종한 만큼 ‘양성’ 판정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
문제는 수월하지 않은 진단키트 수령 과정에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참가자에게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령할 장소로 공항, 숙소, 메인프레스센터(MPC) 등을 안내한다. 하지만 본보를 포함한 일부 국내 언론사와 체육단체 관계자들은 11일 일본 입국을 앞두고 이메일로 ‘공항에서 진단키트를 수령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해외에서도 같은 이메일을 받은 사례가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이로 인해 올림픽 참가자들은 일본행 비행기 탑승 직전에 진단키트 수령 장소를 변경하는 소란을 겪었다.
혼란은 일본 내 공항에서 계속된다. 한국의 올림픽 참가자들은 대부분 도쿄 나리타공항에 도착해 1시간가량의 대기로 입국 수속을 시작한다. 먼저 도착한 비행기 탑승객의 코로나19 검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코로나19 검사는 플라스틱 진단키트에 눈금까지 침을 뱉어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검사용 막대기로 콧속을 헤집는 한국의 방식과 비교하면 고통이 적지만, 침을 일정량 모아 뱉는 과정 역시 유쾌하지 않다. 검사소 벽에는 침샘을 자극하기 위해 레몬과 우메보시(매실절임) 사진이 붙었고, 그 아래에 ‘Imagine(상상하세요)’이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물론 그 사진을 보면서 많은 양의 침이 고이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과정에서 입국자들의 대기 순번 통보나 스마트폰 앱 설치 확인은 공항 안내요원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방역 허점은 자가격리를 위한 숙소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의 자가격리 방식은 한국과 다르다. 생필품 구입 목적만 있다면 15분의 외출을 허용한다. 숙소마다 자가격리자의 외출을 관리하는 요원이 있지만, 호텔 안팎을 오가는 투숙객을 일일이 점검하지 않는다. 결국 자가격리자의 외출 보고를 ‘양심’에 맡긴 셈이다. 15분으로 지정된 외출 허용 시간을 놓고서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전파력이 15분까지 잠잠하다가 16분부터 강력해진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제시되지 않았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개막일까지 남은 시간은 열흘. 도쿄올림픽은 일본 정부와 IOC의 희망처럼 안전하게 치러질까. 격리 첫날부터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도쿄=김지훈 기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세상에 없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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