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는 주께 하듯 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 이상으로 보잘것없는 이웃을 돌보고 그들과 함께하며 주면서 받고 가르치며 배우는 일입니다. 나의 강점이 아닌 약점을 가지고 빈손으로 가는 것이 선교입니다. 그래야 손을 맞잡고 껴안을 수 있습니다.”(한명성 목사)
“선교는 교회의 사역이 아닙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입니다. 기독교의 본질은 사랑이며, 교회와 선교의 이유도 결국 사랑입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여성 청년 노인 장애인 비정규직 외국인 등 소외된 이들 옆에서 공감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사랑입니다.”(김지은 목사)
부부가 선교사다. 미국장로교(PCUSA) 세계선교부 소속으로 동아시아 선교 전체를 책임지면서 한국과 중국을 전담하는 한명성(59) 목사와 대만 일본을 담당하는 김지은(54) 목사를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은 북한과 홍콩을 맡은 이은주 목사와 함께 PCUSA가 한국에 보낸 한인 선교사들이다. 1885년 호러스 G 언더우드 선교사를 한국에 파송해 조선예수교장로회 초대 총회장 원두우가 되게 한 미국 북장로교와 유진 벨, 윌리엄 린튼 선교사 등을 파송해 남도 복음화에 힘쓴 미국 남장로교가 1983년 통합한 교단이 바로 PCUSA다.
136년째 한국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는 PCUSA는 백인 대신 한인을 훈련해 동아시아 선교사로 보낸다. 한 목사는 “과거 백인우월주의 및 제국주의적 선교 방식에 대한 철저한 회개와 반성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님의 성육신 정신처럼 파송 지역의 눈높이에 모든 걸 맞춘다는 정신과 함께 그곳 출신 선교사를 보내야 문화적 접근이 수월하다는 효율성도 고려한 정책이다.
한 목사는 “80년대 가족 이민으로 미국에 정착한 뒤 미국장로교 안수로 한인교회 백인교회 등에서 목회하다가 지난해 8월 37년 만에 한국으로 파송돼 다시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PCK) 한국기독교장로회(PROK)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과 선교 협력 업무를 하는 그는 교계 인사들에게 “후진국 미국에서 선진국 한국으로 파송받은 선교사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전 미국의 감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한국은 ‘K방역’의 이름이 드높던 때였다.
미국보다 한국이 앞서는 일들이 늘어났고 선교도 그중 하나이지만, 한 목사는 지하교회 비밀사역 등 불투명한 해외 선교보다 총회 중심의 공식화되고 현지 교단과 협력을 중시하는 선교가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중국의 개방 초기인 94년부터 4년간 랴오닝성 선양에서 중국교회의 요청과 PCUSA의 파송으로 영어를 가르치며 복음을 전한 경험이 있다.
김 목사는 대만 일본 파송 PCUSA 선교사들을 지원하며 이 지역 복음화율을 높이기 위한 협력을 도모한다. 매년 9월 열리는 한국 장로교 주요 교단의 총회를 앞두고 이들은 PCUSA의 정기 총회 방식을 참고해 볼 만하다고 귀띔했다. PCUSA 총회는 정식 투표권을 가진 총회 대의원(총대)들의 정책 사안 투표 직전, 투표권은 없지만 참관 자격이 있는 여성 청년 장애인 등의 자문위원단(Advisory Delegates)이 먼저 투표하고 결과를 공표함으로써 정식 총대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한다. PCUSA 총회 스태프를 역임한 김 목사는 “교회 안 여러 구성원의 목소리가 폭넓게 반영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