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내내 경기회복세에 따라 인플레이션 공포에 시달리던 글로벌 경제 상황이 하반기에 들어서자 경기 정점 논란에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등 급반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3월 말 1.75%까지 치솟았던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 금리가 지난주 4일 연속 하락하며 1.29%까지 떨어진 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정점을 지나는(Peak out)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6월 ISM 서비스지수는 전월에 비해 확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블룸버그통신의 전문가 서베이 결과 1분기 18.3%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8%로 급격히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매판매뿐 아니라 산업생산, 고정자산 투자 등 모든 부문이 전 분기에 비해 위축될 것으로 관측됐다.
블룸버그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를 우려해 조기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자산매입규모 축소)을 예고한 것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는 글로벌 상품 수요 위축과 채권 금리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과거 유럽의 팬데믹 사례를 연구한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전쟁과 달리 팬데믹이 실질금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국면에서 인플레와 금리는 오르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의 기습적인 지급준비율 인하로 인플레보다 오히려 디플레를 걱정해야 하는 대반전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지준율 5% 인하 조치가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코로나19 이후 수출 증대로 버텨온 한국 등 신흥국 시장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지준율 인하는 시중은행 통화량을 늘림으로써 긴축의지를 완화하려는 차원이지만 하필 미국 등의 조기 테이퍼링 이슈로 힘을 받는 달러 강세를 더 부추김으로써 신흥국 경제에 대폭적인 금리 인상과 동등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 연말까지 최소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한국은행의 경우 중국의 이번 조치로 부동산시장 안정화 등을 위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가 껄끄러워진 셈이다. 수출기업 입장에선 원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최근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하락하면서 환율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경기 모멘텀이 약화될 경우 교역조건지수 악화로 수출 상품 마진 훼손이 나타날 수 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