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민지원금과 카드 캐시백 등 소비 진작 사업을 손보는 대신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과 방역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구체적 방법론까지 거론된다.
11일 당정에 따르면, 12일부터 2주 동안 수도권에 4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면서 수천억원대의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지난 6일 공포된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은 정부의 집합금지·영업제한에 따라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지원 의무를 골자로 한다. 집합금지된 유흥시설뿐 아니라 결혼·장례식장, 스포츠시설, 숙박시설 등도 영업제한 영향권 안에 있다.
정부는 추경안에 손실보상 재원으로 6000억원(3개월분)을 배정했는데, 이는 거리두기 4단계 같은 강력한 조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편성한 것이다. 손실보상의 구체적인 기준, 금액 등을 담은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소요 재원이 어느정도가 될지는 유동적이다. 다만 정부 내에서는 4단계를 2주만 적용한다고 해도 최소 수천억원대 예산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 피해지원금(3조2500억원)을 더 두텁게 바꿔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에 더해 진단 검사 지원, 격리자 생활 지원, 의료기관 손실보상 등 방역 예산(2조2000억원)의 증액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해당 재원을 어디서 끌어올 수 있느냐는 것인데, 정부는 2조원 상당의 국채상환 방침을 철회하는 것과 추가적인 국채 발행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기존 소비 진작성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당장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80%보다 줄이거나, 1인당 지원금액을 줄이는 방안까지 거론될 수 있다. 또 소비 진작 차원에서 마련한 상생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1조1000억원)을 없애고 취약계층 지원에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 일부 대권 주자들도 이러한 방향성에 동의한다. 정세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는 이번 추경안의 상생지원 10조4000억원을 피해 지원과 손실보상으로 전면 전환할 각오로 신속하고 과감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낙연 후보도 지난 9일 “바뀐 상황에 맞게 피해지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추경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후보도 재난지원금 예산의 축소 또는 연기를 주장했다. 국회 예결위는 오는 14~15일 추경안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추경안 심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편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줄줄이 종료 수순에 있던 각종 소외계층 금융지원책이 연장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특례보증’은 목표치(15조3000억원)를 넘기며 올 하반기 종료 예정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금 상환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황 유예 조치도 원칙대로라면 오는 9월 종료 수순을 밟는다.
문제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소상공인들이 강화된 방역 정책에 따른 피해를 속수무책으로 떠안게 된 상황에서 금융지원책마저 종료되면 강력한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계에 몰린 소상공인들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당국은 아직 금융지원책 연장 여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본 뒤 정책 결정을 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세종=신재희 기자, 김지훈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