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아내 김건희씨 논문 관련 취재를 하던 MBC 기자 등을 고발한 사건의 쟁점은 이들이 경찰 업무인 심문을 한 것인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취재 행위가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MBC가 보도했던 채널A ‘검·언 유착’ 의혹과도 비교된다. 앞서 채널A 기자는 해고된 후 구속수사를 받았고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채널A 사건 때처럼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0일 강요 및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MBC A기자 등을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MBC 취재진은 김씨 논문 지도교수의 과거 주소지에 세워진 승용차 주인과 통화하면서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혔고 이후 지도교수의 행방 등을 물었다. 윤 전 총장 대변인실은 “경찰을 사칭해 일반 시민을 심문한 뒤 정보까지 얻어낸 사안으로 중대범죄”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공무원자격사칭죄는 공무원을 사칭해 관련 직권을 행사했을 경우 적용된다. 단순히 경찰을 사칭만 했다면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된다. 경찰을 사칭해 사기나 불법추심을 한 경우 해당 행위가 경찰 업무가 아니라 공무원사칭죄는 적용되지 않는다. MBC 취재진의 경우 마치 수사를 하는 것처럼 특정 인물의 행방을 묻고 답변을 받았다는 점이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과 취재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기자가 경찰을 사칭한 것이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2년 KBS의 한 PD는 공무원사칭죄로 구속돼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했고, 특정 사건에 대해 답변을 받은 뒤 방송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변호사였던 이재명 경기지사도 PD의 취재를 도운 혐의로 처벌받았었다.
법조계 일각에선 특정 검사를 잘 안다며 취재를 한 이모 전 채널A 기자와 비교할 때 MBC 취재진의 행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언 유착 의혹은 앞서 MBC 보도로 불거진 후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고발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채널A 본사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해당 기자의 상급자들까지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 기자는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됐는데 법조계에선 해당 혐의만으로 영장이 발부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방위 수사에도 결국 의혹 당사자로 지목됐던 한동훈 검사장과 기자 간 사건과 관련해 유착한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측은 MBC 기자를 고발하며 방송통신위원회에도 “채널A 등 다른 사례에서 그랬던 것처럼 즉각 진상규명에 나서 달라”고 했다. 방통위는 ‘검·언 유착’ 의혹 당시 채널A 대표를 불러 사건의 경위 및 간부들의 개입 여부와 관련해 의견 청취를 했었다. MBC 측은 경찰 사칭 행위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취재 자체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