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또 ‘통일부 없애자’… “정권 따라 오락가락” 비판

입력 2021-07-12 00:05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 경선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야당 대표의 문제제기로 이른바 ‘통일부 폐지론’이 13년 만에 재점화했다. 정권 입맛에 따라 일관성 없는 통일 및 대북 정책을 추진하는 데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게 폐지 주장의 근거지만 통일이라는 헌법 가치를 실현하고 체계적·제도적으로 통일 문제를 다루는 중앙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통일부 폐지론은 2008년 초 이명박정부 인수위원회가 외교부와 통일부를 합치는 개편안을 제시하면서 한 차례 불거졌다. 남북 회담은 외교통일부가 맡고 대북 경제협력은 경제부처, 대북정보 분석은 국가정보원이 관할하는 분담 식이다. 그러나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해 효과적인 대북전략 수립이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돼 무산됐다.

통일부는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정부 차원에서 통일 문제를 다루자는 차원에서 1969년 3월 설립됐다. 업무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인도지원 정책 수립, 북한 정세 분석, 통일교육·홍보 등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등을 추진할 때 통일부가 전면에 나서 북한과 논의한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통일이라는)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통일부가 필요하다”며 “통일부가 외교부로 편입되면 남북 관계가 국제 관계에 종속되고, 무엇보다 우리 민족끼리의 논의의 장이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통일부 위상이 부각됐지만 남북 관계가 진전이 없고 특히 정권 성향에 따라 대북정책이 계속 흔들리면서 통일부 존재 의미가 희미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특히 문재인정부에서 남북 정상회담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를 진행할 때 통일부보다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주도하고 국가정보원이 뒷받침해 왔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영향으로 통일부는 2019년과 2020년 정부업무평가에서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정권에 좌우되는 지금의 통일부 운영방식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국정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입맛에 따라 대북정책이 일관성 없게 흔들리기 때문에 조직 자체 문제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며 “통일부가 인권이나 인도적 지원 같은 핵심 가치에선 중장기적 어젠다를 세워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정원의 대북정책 기능을 통일부로 이양해 통일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정보기관이 정책 기능을 갖고 있으면 정보를 그에 맞게 선별적으로 취합하게 된다”며 “국정원은 객관적인 대북정보 수집 기능만 하고, 정책 기능은 통일부로 이관해 통일부의 역할을 분명히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통일부 업무평가에서 “북측에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연락채널을 조속히 복원하며 남북협력 재개 시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통일부 폐지론에 불을 지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도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성과와 업무영역이 없는 조직’이라는 이 대표 발언에 이 장관은 “부족한 역사의식과 사회인식에 대한 과시를 멈춰 달라”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북한 여성들이 인신매매 같은 인권 탄압을 받음에도 (통일부는)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고 재차 목소리를 냈다. 이 장관도 “이 대표가 처음 통일부 폐지를 꺼낼 때 북한 인권을 얘기했느냐”며 “부디 자중하라”고 맞받아쳤다.

김영선 강보현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