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성가족부 폐지에 이어 통일부까지 없애자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9일 라디오에 나와 “보수는 원래 작은정부를 다룬다. 우리나라 부처가 외국보다 좀 많은데 여가부나 통일부 이런 것들은 없애자”고 했다. 그는 통일부나 여가부가 있다고 통일 문제나 젠더 문제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한마디로 성과가 미미하니 폐지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야당이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문제가 있거나 존재감이 미미한 부처가 있다면 언제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성과가 미흡하다고 아예 없애버리자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자칫 ‘성과주의’ ‘능력주의’만 맹신한 데 따른 게 아닌가 싶어서다.
무엇보다 정부조직 존폐를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오르다) 식으로 제기하는 것부터 잘못이다. 조직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면 당내외 여론 수렴을 거쳐 정식으로 공약으로 내세워야지 라디오·SNS에서 툭 던질 사안이 아니다. 정부조직은 헌법정신과 시대 흐름, 국민과의 오랜 소통 결과 등이 반영돼 만들어진 것이다. 그 존폐는 국가 미래나 국민의 삶은 물론, 해당 부처와 산하기관 구성원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렇기에 충분한 여론수렴과 숙의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특히 통일부의 존폐는 남북통일 및 국가안보와도 직결되기에 성과 운운하며 폐지를 거론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국민의힘이 지도부 세대교체를 한 뒤 거듭나겠다고 했지만 그 쇄신이 이런 식의 가벼운 접근이어서는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부처 폐지 주장이 얼마나 뜬금없으면 20대 남성과 극우 표를 얻으려고 갈라치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겠는가. 국민의힘 지도부는 제1야당 지도부로서의 무게감을 한시라도 잃어선 안 된다. 본인들 말은 한 줌의 골수 지지층뿐 아니라 전체 국민이 듣고 있고, 북한과 국제사회도 주시하고 있음을 늘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설] 통일부·여가부 폐지를 이렇게 가볍게 말하다니
입력 2021-07-12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