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 진작 대신 피해계층 지원 확대로 추경안 다시 짜야

입력 2021-07-12 04:04
국회가 이번 주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들어가는데, 추경안을 새롭게 다시 짜는 수준으로 손질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 안정세를 전제로 소비 진작이라는 정책 목표에 방점을 두고 추경안을 마련했으나 갑자기 코로나 안정세가 무너지고 4차 대유행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수도권에서 부분적 셧다운에 가까운 최고 수준의 방역 조치가 시행되는데 국민들에게 돈 쓰라고 재난지원금과 신용카드 캐시백, 소비 쿠폰 등을 쥐어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수 부양과 방역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다. 지금은 방역을 강화하면서 그로 인해 큰 피해를 입게 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두텁게 해야 할 때다.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이 개정된 뒤 수도권에서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됨에 따라 영업제한으로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에 대해선 정부가 의무적으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에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이 7~9월 석 달치 6000억원에 불과하다. 코로나 상황이 이렇게 나빠질 줄 모르고 편성한 것이어서 턱없이 부족하다. 3조25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피해지원금(희망회복자금)도 증액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방역 예산의 확충도 불가피하다.

이런 추가 예산 소요는 소비 진작을 위한 예산을 줄여서 충당해야 한다. 소비 진작용으로 편성된 예산은 국민 재난지원금 10조4000억원, 신용카드 캐시백 1조1000억원 등으로 너무 많다. 게다가 여당에선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게 지급하기로 정부와 합의해놓고도 ‘전 국민 또는 90% 지급’으로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 상황이 급변했으니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80%냐 100%냐를 놓고 다투지 말기 바란다. 피해가 집중된 계층을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선 신용카드 캐시백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뿐 아니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70~50% 선까지 줄이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야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들 사이에서도 추경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바뀐 상황에 맞게 피해 지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추경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국회는 추경안의 재난지원금 10조4000억원을 피해 지원과 손실보상으로 전면 전환할 각오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재난지원금 규모를 급격히 줄이기 어렵다면 최소한 지급 시기를 늦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