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경영 폐해 지적 통감하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도 리스크 많아”

입력 2021-07-12 04:07

최태원(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가족경영에 대해 장단점이 모두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9일 카카오 오디오 플랫폼 ‘음(mm)’을 통해 진행된 ‘우리가 바라는 기업상’ 간담회에서 “가족 경영의 폐해 지적에 대해 통감하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는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계와 관련해서 가족경영 체제가 나쁘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저도 자유롭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나라는 괜찮은데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미국에서도 창업주부터 2·3대로 내려갈 때 많은 문제가 야기됐고,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이라며 “그런데도 여전히 미국에 가족경영이 꽤 많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일본 반도체 기업 도시바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를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도 가족 경영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는데, 큰 리스크를 감당하고 반도체 회사를 경영할 일본의 전문경영인이 없었던 것”이라며 “그때 운 좋게 하이닉스가 파이낸셜 투자자와 손을 잡고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가족경영이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얻어맞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한국의 가족경영을 부러워한다”면서 “어느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체제에서든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지만 어떤 기업에서든, 어느 경영 체제에서든 많은 문제가 있다”며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하고 문제를 없애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대기업의 문화가 상대적으로 ‘상명하복’이라는 점에 대해 “직원 수가 많고 조직이 크다 보니 소수 임원과 수많은 직원 간의 소통이 물리적으로 어려워 결국 상명하복성 지시로 가게 되는 것 같다”며 “디지털 기술, SNS 등을 통해 그런 문화를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