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기술로 노화를 방지하고, 인간의 지적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말하는 ‘트랜스 휴머니즘’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말한다. 과학 기술의 진보로 ‘영생’까지도 넘보게 될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영국의 석학이 한국청년들과 온라인으로 만나 이 시대 인간이란 존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기독교 신앙을 정립할지 토론하는 포럼을 가졌다.
지난 8일 저녁 ‘트랜스 휴머니즘 시대,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베리타스포럼고려대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올해 포럼 강연자로는 과학자 출신으로 21세기 최고의 복음주의 석학으로 꼽히는 알리스터 맥그래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가 나섰다.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유튜브와 줌으로 500여명의 청년들이 접속했다. 이준호 고려대 교수와 임성빈 전 장로회신학대 총장이 각각 대담자로 나섰고, 박상혁 갈릴리침례교회 목사가 통역을 도왔다.
맥그래스 교수는 “트랜스 휴머니즘 주창자들은 진보된 기술을 이용해 인간을 ‘재프로그래밍’함으로써 변화하는 세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인간에 의해 수행될 수밖에 없는 재프로그래밍 과정은 특정 사회 집단의 신념과 가치를 복제해 그들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으며, 곧 사람들의 비판 기능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인간 능력을 기술적으로 향상하는 데는 매우 큰 비용이 들 것이며 부자들에게만 기회가 돌아가 세계적인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의 치유 사역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고통 완화를 위한 의학적 개입은 환영한다”면서도 “의미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극히 제한된 과학적 지식보다는 세상이 어떤 이치로 돌아가고 있는지 또 그것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는 하나님을 알고 사랑함으로써 비로소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깨닫고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면서 “우리가 꿈꾸는 참된 삶의 모습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명의 기원과 창조 목적을 찾고, 죄에 대해 치유 받고 회복돼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기독교가 제시하는 구원”이라고 덧붙였다.
맥그래스 교수는 “하나님을 모른 채 인간은 만족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없다”면서 “우리는 하나님께 돌아올 때 비로소 참된 평안과 기쁨을 체험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더 좋은 미래를 소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질의응답 시간에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한 청년에게는 “고통받는 우리 현실을 하나님께서도 다 아시고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이라고 격려했고, 기독교의 존재 의미와 믿음이 무언지를 묻는 무신론자 청년의 질문에는 증명 가능성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현재의 삶 너머의 것을 생각해보는 포용성을 주문했다.
베리타스포럼고려대는 1992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시작돼 오늘날까지 전 세계 200여개 대학에서 개최되는 기독교 지성 캠퍼스 행사 ‘베리타스포럼’의 한국판이다. 2018년 시작해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