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 이른 휴가를 다녀왔다. 여행지를 결정하려 이리저리 탐색하다 예전에는 특별히 방문할 이유를 찾지 못했던 소도시들에 감성 숙소와 가게들이 참 많이도 들어선 걸 보고 놀랐다. 해안 도로변을 무지개색으로 칠해 인스타그램 성지가 됐다거나 계곡에 워터슬라이드를 할 수 있는 수로가 생겼다던가…. 지방자치단체들이 기획한 소소한 관광 포인트들이 참신하고 재미있었다. 코로나 이전부터 형성되던 젊은 세대의 골목 속 작은 창업 트렌드가 국내 여행이 많아지며 더 빠른 속도로 퍼졌나 보다. 이쯤 되면 해외 여행길이 다시 열려도 국내에서 구석구석 다녀볼 곳이 많겠다 싶다.
여행지에서 지인 부부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주해 정착했다는 작은 서점을 우연히 만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대도시를 선호하는 사람과 결이 다른 감성의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러고는 나라면 여기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며칠을 궁리했다. 재작년인가 서울의 여자대학에서 창업 수업을 하던 때에 한 학생팀이 재미있는 소식이 있다며 달려온 적이 있었다. 경상북도에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라는 타이틀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데 지원금이 상당하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초기 인큐베이팅만이 아니라 그곳에 내려가 살 생각도 있다며 들뜬 표정을 보였다.
지역으로 발령을 받으면 애인이 떠난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우리는 서울을 중심으로 살고 있다. 문득 대도시의 엘리트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을 억지로 유입시켜 고단한 주말부부를 만드느니 작은 도시에 어울리는 작은 사장님들을 모시는 지원책이 더 따뜻하고 효과적이겠다 싶었다. 당장에 그들이 작은 마을을 보기 좋고 살고 싶게 만들어 전국 구석구석을 색깔 있는 관광지로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지중해가 보이는 빈집을 1유로에 팔고 정착을 돕는다는 이탈리아 소도시들의 후일담이 궁금해진다.
윤소정 패션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