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에 코로나19 방역 배수진을 쳤다. 거리두기를 가장 강력한 4단계로 격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유흥시설 집합금지와 백신 접종자 사적 모임 인센티브 유보라는 ‘플러스 α’를 꺼냈다. 시민의 오후 6시 이후 야간 활동에 직접적인 제약을 가하는 사실상 ‘통금’ 성격의 조치가 다음주부터 시행된다.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연일 기록하고 델타변이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이 초강수 대응을 불렀다.
정부는 9일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인천 강화·옹진군 예외)에 2주 동안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12일부터 오후 6시 이전에는 사적 모임이 4명까지 허용되지만, 이후에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사실상 오후 6시가 사적 모임의 통금시간이 되는 셈이다. 낮 시간대에는 출근과 업무 등 필수적 활동이 불가피하겠지만 퇴근 후에는 모임 등 외부 활동을 하지 말라는 취지다.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거리두기 최고 단계가 적용되기는 처음이다.
거리두기 4단계의 집합금지 대상 업종은 클럽·나이트, 헌팅포차, 감성주점이었다. 정부는 여기에 유흥 단란주점, 콜라텍 무도장, 홀덤펍 홀덤게임장까지 추가해 모든 유흥시설로 집합금지를 확대 적용했다. 또 백신 접종자를 사적 모임 인원에서 제외해주는 인센티브를 유보하기로 했다. 실외 마스크 인센티브는 이미 철회된 상태여서 접종자 혜택은 입국 및 밀접접촉 때 격리 면제와 공공시설 입장료 할인·면제만 남았다.
학교도 4단계 시행에 따라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지난해 말 이후 7개월 만이다. 학사일정 변경 준비기간을 거쳐 14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학원은 12일부터 곧바로 4단계 방역수칙을 적용받는다. ‘2학기 전면등교’ 방침은 유지하되 확산세 추이를 지켜보며 결정키로 했다.
고강도 조치의 배경에는 델타변이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 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41명 증가한 1316명으로 이틀 연속 최다 기록을 깼다. 특히 수도권에만 963명이 집중됐다. 최근 사흘간 신규 확진자는 1212명→1275명→1316명으로 증가했고, 9일 오후 중간 집계에서도 전날보다 확진자가 늘고 있었다. 비수도권에서도 부산·경남 지역이 심상찮은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은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감염이 늘어 석 달여 만에 60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수도권 델타변이 확산, 비수도권 전파 우려, 비접종 청년층 감염 증가 등으로 인해 사회 전반의 접촉량을 물리적으로 줄이는 조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신규 확진자의 78%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수도권 유행은 계속 커지고 있다. 모든 지표를 고려할 때 이대로 둘 경우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방역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 최고 수준의 거리두기 단계인 만큼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