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신뢰 잃은 ABC부수 활용 중단… ‘구독자 조사’로 바꾼다

입력 2021-07-09 04:04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BC협회에 권고한 제도개선 조치사항에 대해 최종 이해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ABC협회의 인쇄매체 발행부수 조사인 ‘ABC 공사부수’를 정부광고 집행 등의 기준에서 제외한다. 대신 국민 5만명 대상 ‘구독자 조사’를 추진해 이를 대체하기로 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ABC협회 사무검사 조치 권고사항 이행점검 결과 및 정부광고제도 개편계획’을 발표했다.

황 장관은 ABC협회가 지난달 30일 제출한 문체부 권고조치 이행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총 17건의 권고조치 중 불이행 10건, 이행 부진 5건, 이행 2건으로 나타나 제도 개선 의지가 없는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정부광고 집행과 언론보조금 지원 등에서 ABC 공사부수 기준을 제외하고 ABC협회에 지원한 공적자금 중 잔액 약 45억원을 환수하기로 했다. ABC 공사부수는 2020년 기준 2452억원인 인쇄매체 정부광고 집행과 언론보조금 및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등에 활용됐다.

문체부는 ABC 공사부수를 대체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 5만명을 대상으로 한 ‘구독자 조사’를 추진한다. 열독률(지난 1주간 열람한 신문) 구독률(정기구독) 등을 대면조사하는 방식이다. 문체부는 이와 함께 정정보도 건수, 자율심의기구 참여 등 언론의 사회적 책임 관련 자료도 활용하도록 정부광고 제도를 개편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 관련 법령을 이른 시일 내 개정해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황 장관은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여러 지표를 토대로 매체의 영향력을 파악해 인쇄매체 정부광고가 더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집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ABC 공사부수의 ‘부풀리기’ 의혹과 새 신문지의 폐지 판매나 동남아 수출 등의 실태가 보도되자 지난 3월까지 한국ABC협회에 대한 사무검사를 실시해 17개 항의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1989년 설립된 ABC협회는 신문·잡지 등 인쇄매체 부수공사를 수행하는 사단법인이다. 신문·잡지사 1525개사, 광고 측 52개사, 웹사이트 11개사, 특별회원 4개사 등 1592개가 소속돼 있다. 정부가 ABC 공사부수를 정부광고 등에 활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출범 32년 만에 존폐 위기를 맞게 됐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