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 총지출 규모가 6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예상한 시점보다 2년이나 앞당겨졌다. 내년 말 예상됐던 ‘나랏빚 1000조원’ 시대가 더 빨리 도래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여당 기획재정위원장조차 “정권 임기가 끝나기 전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최소한의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될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올해 문재인정부 총지출 규모는 이날 현재 604조7000억원에 이르게 됐다. 현 정부 들어서 총지출 규모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16년 384조9000억원에 그쳤던 총지출은 2017년 400조원을 돌파한 뒤 4년 동안 200조원 넘게 폭발적으로 늘었다. 기재부는 최근 각 부처가 기재부에 제출한 예산안 규모를 593조2000억원으로 발표했는데 보통 국회 심의 과정에서 요구액보다 예산액이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내년 본예산 규모는 60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문재인정부는 역대 가장 확장적으로 재정을 운용한 정부로 기록될 전망이다. 물론 코로나19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긴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코로나19 상황 전에도 ‘확장적 재정 기조’를 강조해온 바 있다.
4년 동안 총지출 증가율은 50%를 넘겼는데 이는 박근혜정부(17.1%)의 3배에 육박하고 금융위기를 겪었던 이명박정부(32.9%)의 5년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9월 기재부 전망대로라면 내년에 1070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사이 추가 지출 발생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1차 추경만 반영해도 연말 국가채무는 938조4000억원으로 불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은 문재인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재정준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위원장은 “현 정부의 임기가 곧 끝나는 상황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했다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며 “올해 하반기 기재위에서 재정준칙 도입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코로나19가 가라앉는 시점에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민주당 내 지지율 1위 대선 주자인 이재명 캠프에서도 정책 분야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말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의 반대 속에 반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여당은 코로나19로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정부가 마련한 재정준칙이 느슨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윤 위원장도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재정준칙의 적정한 수준 등 방법론에 대해서는 여당 내뿐 아니라 여야 간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