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청소년 찾아 돌보는 게 ‘선한 목자’ 본분”

입력 2021-07-12 03:03
김재열(오른쪽) ‘사람을세우는사람들, 더유스’ 대표가 11일 서울 도봉구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왼쪽은 박덕명 활동가. 신석현 인턴기자

“과거엔 청소년 세대가 교회에 엄지를 치켜세웠다면 요즘은 삿대질로 바뀌었어요. 언제부턴가 교회가 목장 안에 있는 양 99마리만 신경 쓰고 목장 밖을 떠도는 양 한 마리를 찾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나님을 알지 못하거나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발로 뛰는 게 ‘선한 목자’의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위기 청소년을 교육하고 상담하는 서울시 등록 비영리민간단체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 더유스’의 김재열 대표는 11일 서울 도봉구 사무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3년 더유스를 세운 그는 촉법소년, 소외계층 청소년을 직접 찾아가 상담하거나 청소년 대상 법적 인성교육을 시 외주를 받아 진행한다.

한 대형 청소년 선교단체에서 일하던 그는 2013년 간사 훈련학교에 참여하다가 위기 청소년 사역에 뜻을 품게 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하나님의 마음이 어디에 있을까’를 논하는 자리였는데, 하나님의 마음은 목장 내 양 99마리보다 밖을 떠돌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한 마리에 있다는 말이 아프게 들렸다”며 “이미 교회를 잘 오는 아이들보다 가정·학교의 돌봄에서 벗어나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찾는 게 사역자, 선교자로서의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9년째 교회 밖 교육현장을 경험하면서 알게 된 건 기독교를 향한 청소년 세대의 혐오감이 생각보다 심하다는 사실이다. 김 대표는 “교회발 코로나 확산도 문제지만 많은 교회가 베풂 없이 믿음만을 강요하다 보니 감성이 풍부하고 합리성을 중요시하는 청소년 세대는 이를 ‘꼰대 문화’로 인식하고 강하게 거부한다”고 설명했다. 교회가 신앙을 잘 따르는 아이들만을 품으려 하다 보니 청소년 대다수와는 소통, 교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 강연에 나가보면 한 반에 기독교인이 최소 4~5명이지만 종교를 창피해하고 또래한테 숨긴다”고 했다.

더유스도 기독교를 전면 내세우기보다는 우선 청소년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을 어필한다. 사역자 4명 모두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거나 청소년교육을 전공했다. 기독교 가치관은 강의와 상담 내용에 자연스럽게 녹여 전달한다. 부를 쌓았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삭개오가 예수를 만나 회개하고 자존감을 찾은 일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스스로가 얼마나 쓸모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식이다.

김 대표는 수업, 상담으로 아이들이 자신감을 찾고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풀 때 은혜를 느낀다고 했다. 한 청소년 신자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선생님 덕분에 기독교가 창피하지 않게 됐다”며 친구들 앞에서 식전기도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종교를 전혀 믿지 않던 한 위기 청소년은 오랜 상담 이후 ‘선생님, 신이 있다면 지금 내 옆에 있는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 공허하고 외로운 아이들은 손만 내밀면 언제든지 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형 교회들이 위기 청소년을 품기 위해 청소년 사역을 전문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 교회는 청소년 지도사들을 양성할 역량이 있다. 교회 밖 청소년을 찾아다니는 건 우리와 같은 선교단체들이 할 테니, 최소한 갈 곳이 없어 교회를 찾은 청소년을 떠나보내지 않도록 청소년과 소통하는 법과 마인드를 갖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