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K스톱’… 개미들 피해 우려

입력 2021-07-09 04:07 수정 2021-07-13 14:53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반(反) 공매도 운동이 첫 발을 뗀다. 국내 개인투자자들로 구성된 이익단체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는 오는 15일부터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K스톱)’ 1차 운동을 개시한다. 이들이 개미 매수세를 결집해 공매 세력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한투연은 14일 기준 공매도 잔고 금액 기준 1위 종목에 대해 15일 개장 시점부터 매수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공매도 잔고 금액 1위 종목은 에이치엘비(약 2402억원)다. 2000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K스톱 운동 참여자들은 공매도 세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자(매수)’는 뜻을 담아 44주 단위로 주식을 매수하는 등 행동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연의 목표는 공매도 세력에 대한 경고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게임스톱이나 영화관 체인 기업 AMC 등을 ‘들었다 놓았던’ 현상을 한국에서도 재현하는 것이다. 지난 1월부터 미국 투자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베츠’ 유저들은 공매도 잔고가 과도한 종목들을 선정해 집단매수, 시세를 폭등시키고 있다. 주식을 빌려서 팔고 추후에 되갚아야 하는 공매도의 특성상 주가가 오르면 공매도 실행자는 막대한 손해를 안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집계에 따르면 멜빈캐피탈 등 주요 공매도 기관은 1월 한 달에만 45억 달러(약 5조16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이 같은 운동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근본적으로 공매도는 성장성, 수익성, 펀더멘탈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부실한 기업에 몰리는데, 이런 종목을 매수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투자자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온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설사 특정 종목이 단기 급등에 성공할지라도 해당 종목을 대량 보유 중인 국민연금 등 기관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 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개미들의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에서, 주가는 적정 가격을 찾아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투연 측이 K스톱 운동의 명분으로 삼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서도 영향력이 과대평가돼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과거와 달리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법적 처벌 수위가 상당히 세졌다”면서 “악의적인 목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시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주식에 대한 상환 기간이 길다는 것도 대표적 착각이다. 그는 “미국같은 경우 주가 상한폭이 없다보니 공매도 리스크가 커 빌린 주식을 상환하는 기간이 짧아 보일 뿐”이라며 “딱히 한국의 공매도 상환 기간이 길다고 믿을 만한 근거는 없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