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사모펀드 투자 의혹 수사 도중 정경심 동양대 교수 지시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숨긴 자산관리인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8일 증거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록씨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증거은닉죄의 성립,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9년 8월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정 교수 지시를 받고 조 전 장관 자택의 개인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를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경북 영주시에 있는 동양대 내 정 교수 연구실에서 정 교수와 함께 컴퓨터 한 대를 들고 나와 숨긴 혐의도 받았다.
하급심은 김씨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개시될 사정을 알게 되자 하드디스크와 컴퓨터 본체까지 은닉하는 대담한 범행을 함으로써 국가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방해했다”며 “김씨가 은닉한 컴퓨터 본체 및 하드디스크에서 정 교수에 대한 형사 사건과 관련된 주요 증거들이 발견된 점에 비춰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본체에 있는 자료에서 삭제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점, 김씨가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인정한 점을 참작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김씨가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국민 관심이 고조되고 수사 기관에서 압수수색을 할 수 있어 컴퓨터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도 범행을 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힘들게 했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판결 직후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유시민씨를 비롯해 지난 2년간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이라고 황당한 선동을 해 온 분들이 하실 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