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시행된 전면개정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의 주체가 단체장이었다면 앞으로는 주민 주권이 실현되고 지방의회가 중심이 되는 지방분권 2.0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방의회 맏형’인 서울시의회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다. 서울시의회는 8일 지방자치 부활 30주년 기념식과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지방자치 30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지방분권 2.0 시대 서울시의회 역할과 비전에 대해 토론했다.
지방자치법 개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기관구성 다양화 조항 신설이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행정부 우위의 권력구조인데 기관구성 다양화를 통해 의회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 인구 소멸과 지자체 통합 움직임에 맞춰 주민들이 투표로 지방정부 형태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지자체의 형태는 기관분리형이다. 지자체에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을 각각 두고, 주민이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면개정 지방자치법은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장을 특별지방자치단체 의회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제정 지방자치법도 시·읍·면장을 의회에서 선출했었다.
미국은 지방정부별로 기관구성 형태가 매우 다양하며, 자치헌장을 제정해 지역별 기관구성 형태를 선정하고 있다. 미국의 시정부 기관구성 형태 중 의회-관리자형은 유권자들이 시의회를 선출하고, 시의회가 시 관리자를 지명하는 기관통합형이다.
홍준현 중앙대 교수는 “과소군과 같은 소규모 지자체에는 의회-책임행정관의 통합형 기관구성이 가능하다”며 “입법권을 비롯해 지자체장에게 부여된 모든 권한과 책임이 지방의회에 귀속되고 의회 의장이 자치단체장을 겸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권형 헌법개정을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구도를 국가 아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재편하고 자치입법권 강화를 통해 조례와 규칙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아울러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을 계기로 의회 조직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정분권은 지방분권 2.0 시대의 시급한 과제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방자치 부활 30주년 축사에서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이라고 밝혔다. 김용석 서울시의원은 “지방자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치재정권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6대4로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주체인 주민의 다양한 참여제도 도입과 풀뿌리시민단체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손혁재 자치분권위원회 자치혁신분과위원장은 “특정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건전한 풀뿌리시민사회단체의 존재는 지방자치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민주권이 강화될 수 있도록 주민자치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안부는 시범 실시중인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위해 전면실시 근거 마련, 기능과 역할 확대, 행정·재정지원 근거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도시·농촌 등 지역특성에 맞는 주민자치회 발전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전해철 행안부장관은 “올해는 지방자치 패러다임이 단체장에서 주민과 지방의회 중심으로 변화하는 자치분권 2.0 시대의 원년”이라며 “243개 지방의회가 자치분권 2.0 시대를 선도하는 주인공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