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징벌적 언론중재법, ‘언론 재갈법’ 우려된다

입력 2021-07-09 04:03
여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된 언론중재법 개정을 7월 임시국회에서 관철할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의 법안 소위를 야당 불참 속에 열어 관련 법안 대안을 상정하고 논의했다. 언론 관련법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야당과 협의가 필요함도 물론이다.

민주당의 개정안은 허위 보도에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 민사상 손배에 형벌적 요소를 합친 징벌적 손배는 중대 산업재해나 제품의 결함을 은폐해 사상 사고를 낸 제조사 등 특수한 경우로 적용이 제한돼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공공성이 강한 언론에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5배로 돼 있는 배상 최고 한도도 중대 재해의 경우에나 적용하는 것이어서 과잉 처벌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징벌적 배상 적용 대상을 기존 언론과 포털로 한 것은 정치적 저의에 짙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민주당은 당초 가짜 뉴스 양산 등의 폐해가 심각한 유튜브나 SNS, 1인 미디어에만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기존 언론이 주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추가 입법 논의도 가능하겠지만 어쨌든 기성 언론부터 규제하겠다는 것은 우선순위가 뒤바뀐 발상이다. 배상액 산정 시 언론사 재산 상태나 매출액을 따지도록 한 것도 자의적 운영의 여지를 남긴다.

잘못된 보도에 책임을 지는 것은 언론사로서 당연하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도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사 처벌이 가능한데 징벌적 배상까지 도입하는 건 과잉 입법이다. 권력이 언론 순치의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신문방송편집인협회를 비롯한 언론단체들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헌법 가치에 반해 언론에 재갈을 물릴 우려가 높은 입법 강행을 중단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