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 직장 내 갑질 뿌리 뽑아야

입력 2021-07-09 04:02
지난달 발생한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직장 내 갑질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전국일반노동조합은 7일 서울대에서 유족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동료 노동자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달 1일 부임한 기숙사 안전관리팀장이 청소노동자들에게 필기시험을 치르게 하고 점수를 공개해 모욕을 줬다고 한다. 청소노동자에게 필기시험을, 한 달도 안 돼 3차례나 실시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학교 건물 이름을 영어나 한문으로 쓰게 하거나 기숙사 건물 준공 연도를 묻는 등의 문항이 포함돼 있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관리팀장은 또 매주 회의를 열면서 ‘남성은 정장 또는 남방에 멋진 구두, 여성은 최대한 멋진 모습으로’ 참석하라고 지시했고 작업복 차림이거나 볼펜과 수첩을 가져오지 않으면 인사평가에서 감점했다고 노조는 폭로했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직장 내 갑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쓰레기가 늘어 업무가 가중된 상황에서 모멸적 대우까지 받았으니 청소노동자들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사망한 50대 여성 노동자의 사인이 급성 심근경색이라고 하는데 갑질 피해에 따른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대는 유족과 청소노동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다. 관련자들을 엄중 징계하는 것은 물론 시대착오적이고 강압적인 인사 관리 방식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적극 개선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이 오는 16일로 2년을 맞지만 직장 내 우월적 지위 등을 이용한 갑질은 여전하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직장인 1277명 대상으로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변화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77.8%가 ‘체감하지 못한다’, 50.1%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가해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법 적용에서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개별 직장들도 갑질이 용납되지 않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