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때 사시현상과 시력저하로 서울의 어느 병원에서 수술을 했다. 당연히 좋아지리라는 예상과 달리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시력은 점점 떨어졌고 화가 나 병원을 찾아갔지만 병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 후 옥탑방에 올라가 뛰어 내리며 놀다가 밥그릇을 밟아 그릇 조각이 발에 박혀 심한 출혈로 큰 수술을 했다. 그러다 6학년 때 갑자기 머리가 터질 듯이 아프고 비 오듯 땀이 나 급히 응급실로 갔다. 뇌의 뼈가 잘못돼 뇌수가 빠지지 못해 위험하다며 바로 뇌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에 갔다가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너무 흉측해 통곡했다. 몇 달 입원해 있으며 ‘나는 왜 어린 나이에 눈, 발, 머리까지 수술하고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냥 죽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만 들었다.
힘들게 초등학교를 마치고 새로운 마음으로 중학교에 입학했다. 머리를 수술했던 의사가 공부는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학원까지 다니며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성적은 늘 제일 뒤였다. 가족들과 교회에 다녔지만 늘 자신을 비관해 자해와 자살 시도를 했고 밤에는 악한 영들에게 시달렸다.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고 무기력에 빠졌다. 그러다 가구 공장에 취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위치가 갑자기 켜져 순식간에 새끼손가락이 기계에 갈렸다. 곧바로 수술했지만 결국 새끼손가락 한 마디가 줄며 다시 절망에 빠졌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세상과 짝 하며 살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담배를 한 대 피우는데 마음 속에서 ‘아들아, 언제까지 날 아프게 할 거니’ 하는 생생한 음성이 마음에 들렸다. 순간 ‘아, 내가 밑바닥이구나. 더 밑으로 내려가다가는 마귀 종노릇만 하다 죽겠구나.’ 그때부터 그토록 듣기 싫었던 하나님 말씀들이 생각났다. 즉시 큰누나를 통해 작은교회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수없이 듣던 부활이 내게 실제가 되며 하나님 앞에 회개가 터져 나왔다. 부활은 예수님을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였다. 그동안 내 삶엔 예수님의 그림자조차 없었고 100% 나만 있었다. 수술로 인한 낙심과 우울도 당연하고, 이렇게 태어나게 한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습이 비춰지자 통곡이 나왔다.
“하나님, 잘못했습니다. 제가 예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낙심과 염려로 자살을 생각하며 괴롭게 살았습니다. 이제는 예수님만이 저의 주인이십니다.” 눈물로 예수님을 믿지 않았던 죄를 회개하고 마음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내가 아무리 예수님을 외면해도 끝까지 내 손을 놓지 않고 사랑하셨구나. 나 같은 죄인에게도 기회를 주시는구나.’ 하염없이 감사의 눈물만 나왔다. 더 이상 나는 우울하고 낙심하는 존재가 아니라 다 가진 자였다.
잦은 수술로 부모님께 걱정만 끼쳐 드렸지만 ‘부모님을 공경하라’는 하나님 말씀에 기쁨으로 순종하며 용돈도 드리고 맛있는 음식도 사 드리는 착한 아들이 됐다. 안정적인 직장을 허락하신 것도, 두 눈의 백내장 수술을 잘 받게 한 것도 모두 감사하다. 어려서부터 잦은 수술로 낙심과 우울로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던 내가 주인 되신 예수님을 만나 감사의 생활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으로 인해 죽고 싶고 쓰러지는 삶이 아닌 예수님을 위한 삶으로 바뀌었다.
다시는 아버지를 아프게 하는 아들이 되고 싶지 않다. 오직 살아도 주를 위해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해 죽으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아들이 될 것이다.
이재엽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