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어서 내가 도착하고 싶은 곳에 도착했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했다. 도착하고 싶은 곳이 조금 더 멀어졌다. 내일까지 걸어야 하나. 내일까지 걸으려면 나 역시 쉬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걸었다. 쉬는 곳이 있는 곳으로. 그곳이 집이라는 생각. 일찌감치 접었다. 그곳이 카페라는 생각. 일찌감치 닫았다. 조용한 카페는 문을 열지 않는다. 쉴 수 있는 카페는 계속 쉬고 있다. 공원에서 벤치에서 쉬고 있는 사람은 언제까지 쉴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공원은 일찌감치 시끄럽다. 늦게까지 시끄럽다. 무섭게도 고용한 새벽에는 집에 들어간다. 집에서는 잠꼬대 같은 잔소리가 기다리고 있다. 나는 잠시라도 쉬러 왔다. 잠시라도 쉴 수 있다면 다시 나가지 않아도 될 텐데. 잠시 쉬고 나간다. 그걸 숨이라고 쉬고 있다. 푹푹 쉬고 있다. 내가 도착하고 싶은 곳은 오늘도 쉬고 있다. 그곳이 어딜까? 쉬지 않고 가면 내일이다. 아니 오늘인가?
김언 시집 '백지에게' 중
쉬고 싶지만 쉴 곳은 마땅치 않다. 쉴 곳을 찾아다니느라 다시 쉬어야 한다. 쉴 시간은 자꾸 유예된다. 그렇게 하루가 또 간다. 내일은 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