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하나 되라’는 명령에 교회가 응답할 때

입력 2021-07-09 03:04
러시아정교회 키릴(왼쪽) 총대주교와 로마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 2월 12일 쿠바 아바나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AP뉴시스

2016년 2월 12일, 쿠바 아바나에서 로마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러시아정교회 키릴 총대주교가 거의 1000년 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동·서방교회가 분열된 1054년 이래로 양측의 수장이 만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서로의 볼에 입 맞추며 “우리는 형제”라고 인사한 교황과 총대주교는 이날 기독교의 하나 됨을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대분열’로 일컬어지는 동·서방교회의 분열은 단 한 가지 문제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생겼다. 동방교회는 성령이 오직 성부에게 나온다고 믿었고, 서방교회는 성부와 성자에게 성령이 나온다고 믿었다. ‘필리오케’(그리고 성자로부터)란 라틴어 한 단어로 시작된 다툼은 결국 교회 분열로 이어졌다. 한 몸이던 교회는 이후 수많은 전쟁과 분열을 거쳐 여러 갈래로 찢어진다. 이러한 분열 가운데는 성경의 복음으로 정확히 돌아가고자 일어난 1517년 종교개혁도 있었지만, 크고 작은 견해차와 욕심, 미성숙한 신앙으로 수많은 교파와 교단이 갈라진 사례가 더 많았다.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로 미국과 아시아를 오가며 가정교회 네트워크인 ‘위아처치(We Are Church)’ 운동을 펼치는 저자는 지금도 끝없이 분열하는 교회를 향해 이렇게 묻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교 가운데서도 기독교는 단연 가장 극심하게 분열했다.… 과연 하나님이 교회의 끊임없는 파문과 작별을 기뻐할까.”

자신이 개척한 대형교회 담임직을 과감히 내려놓고 초대교회 형태의 새로운 기독교 운동을 펼치는 데 집중해온 그가 ‘교회 분열’이란 주제로 글을 쓴 이유는 단 한 가지다. “하나님이 분열을 역겨워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17개의 성경 말씀을 언급하며 교회 분열에 관한 하나님의 경고를 분명히 밝힌다. 성적 타락에 관한 명령은 무겁게 받아들여도, 서로 하나 되라는 명령은 비교적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대다수인 교회 현실을 지탄하기 위해서다.

수많은 교단으로 분열돼 서로를 비방하며 입으로만 사랑을 외치는 모습이 세상 사람 눈에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것도 교회가 연합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분열된 교회엔 하나님의 성령이 임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교회가 사랑 희락 온유 절제 등 성령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교회 역시 지금껏 교리 차이라는 미명 아래 이기심에 따라 이합집산을 반복한 사례가 적잖았다. 좋은 신학과 거룩한 삶, 겸손과 깊은 사랑이 저자가 제시하는 교회 분열의 대안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분열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이대로 실천하는 게 어디 쉬운가. 오직 그리스도와 성령의 힘을 빌릴 때만 가능한 일이다. ‘진리를 분별하고 합의를 도출해 화평을 이루고 연합된 교회를 지켜낸다’는 목표로 서로 연합했던 초대교회 교부처럼 교회를 섬기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