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이 극명한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구도로 그려지며 각 대선주자들의 셈법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권의 1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9월 이후 진행될 본선을 고려해 경선 초반에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경선 통과와 함께 결선 투표를 목표로 하는 나머지 7명의 주자들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 지사를 맹렬히 비판하며 몸값 올리기에 치중하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주요 토론회에서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과거 코로나19 발생 관련 신천지 총회본부 강제조사 등 이 지사의 공격적인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이 지사는 트레이드 마크였던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1번 공약이 아닐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박용진 의원은 이를 두고 “이전에는 그렇게 자신감이 넘쳤는데 ‘김빠진 사이다’가 아니냐”고 공격했다.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가 심화되며 이 지사의 고민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당내 경선에서 경쟁후보들이 계속해서 기본소득과 사생활 문제를 거론하며 이 지사의 장점인 정책적 역량을 드러낼 수 없는 구조다. 또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 입장에서는 9월 경선 승리 이후 다른 주자들과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전면전을 펼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지사는 7일 “공격받는 상황이라는 것도 한편으로 아프기도 하지만 좋은 측면도 있는 것”이라며 “(2017년에는) 계곡에 모난 돌덩이였다가 지금은 흘러 흘러 강까지 왔더니 호박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주자들은 이 지사와 대립각을 세우며 경선에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준석 효과’로 지지율이 상승한 박용진 의원이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했다. 박 의원은 이 지사가 기본소득 등에 대해 한발 물러선 것을 두고 “그러면 뭐가 공약이냐”며 연일 이 지사를 몰아붙이고 있다. 한 의원은 “박 의원은 이번 경선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체급을 키워 이후의 행보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이번 경선이 정치인생의 마지막 승부처가 될 수 있는 만큼 ‘막판 뒤집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당내 2위 주자인 이 전 대표는 반이재명 연대가 형성됐고, 후원금액이 급증한 만큼 결선 투표에서 역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단일화 가능성도 남아있다. 김두관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두 후보는) 단일화를 할 것 같다”며 “단일화 시점은 아마 예비경선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 지사를 옹호하고 동시에 비판하는 강온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그동안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옹호해왔지만 3차 TV 토론회에서는 “갑자기 (기본소득이) 대표공약이 아닌 것처럼 성장 우선이라고 하나”라며 태세를 전환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권역별 순회경선은 다음 달 7일부터 9월 5일까지 총 11차례 실시된다.
박재현 기자, 파주=이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