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문화의 융합이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게임, 연극 실시간 스트리밍 등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이 되면서다. 그 중심에 있는 청년 문화예술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협업할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아트컬처랩’ 등 창작자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일보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한 ‘청년과 문화, 소통으로 ‘잇다’’ 전문가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는 황희 문체부 장관이 참석해 게임, 유리공예, 디자인, 음악 등 문화예술 분야에 몸 담고 있는 청년들의 고충을 청취했다.
청년 문화예술가들은 교류의 장이 부족하다는데 한목소리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문화예술은 여러 분야의 협업이 필수적이지만 교류 플랫폼 부재로 이들은 학연, 지연을 동원하거나 SNS로 협업 상대를 찾아야 한다.
희곡을 쓰는 신효진(30)씨는 “극작가가 혼자서 받을 수 있는 지원 사업이 없어 연출가와 협업해 무조건 공연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신진 극작가는 어디서 연출가를 만나야 하는지, 어떻게 자신의 희곡을 공개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관련 플랫폼도 없다”고 말했다.
전통 향(香)을 응용한 인센스 스틱을 개발·판매하는 파운드코퍼레이션 상무이사 이화진(31)씨도 “전통 공예 장인·명인, 신진 예술가와 협업의 장이 있으면 좋겠다. 향꽂이를 만들 장인을 섭외하기 위해 이천 도자기 마을에 몇 번을 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PC,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야누스랩의 대표 김동윤(34)씨는 합동 전시를 통한 교류를 제안했다. 예를 들어 게임 전시와 음악 전시를 복합으로 진행해 방문객의 관심도를 높이고 업계간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재학 중인 이다빈(24)씨는 문화와 기술의 융합을 위한 소통의 장을 제안했다. 이씨는 “예술과 기술의 접목을 위해 VR 기기를 지원해주거나 개발자와 연결해서 콘텐츠를 함께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아트컬처랩을 통해 문화예술가간 교류, 문화-기술간 교류를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아트컬처랩은 문화예술가를 위한 스튜디오, 작업공간, 카메라 등을 제공하는 종합 지원 센터로 청년 창작자의 출발을 돕는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황 장관은 “아트컬처랩을 통해 문화예술가가 마케팅, 신기술과 연결되고 그들간의 만남을 통해 시너지 일으킬 수 있도록 해보겠다. 2030 젊은 문화예술가가 중심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정부 지원 경험을 공유하며 보완사항도 건의했다. 유리공예 작가 박영호(29)씨는 “전시를 위해 정부 지원을 받으려는 것인데 지원금을 받으려면 전시 경력을 증명해야 한다. 학생 때 전시를 거의 열지 못하기 때문에 졸업 후 작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원금을 받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씨는 “연극은 팀 작업으로 이뤄지는 준비 기간이 긴 작업이다. 인건비도 많이 들고 대관비도 따로 필요하다. 현재의 지원은 공연 기간 자체는 보장되지만 과정은 보장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새로 예술활동을 시작하는 청년 예술인도 더 쉽게 예술인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듣고 예술활동증명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답했다.
권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