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1시40분 서울 여의도의 한 건물 지하 식당가는 썰렁했다. 평소 점심 식사를 위해 서둘러 걸음을 옮기는 직장인들로 붐볐던 풍경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날 식당가의 한 유명 식당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SNS를 통해 퍼진 것이 직장인의 발길이 뜸해진 배경이다. 통로 가득 줄을 서야 했던 해당 식당에는 ‘내부 사정으로 인해 휴업한다’는 안내 메시지만 붙어 있었다. 상가 관계자는 “그 가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니 그 가게를 찾는 발길만 끊어진 게 아니라 상가 전체에 손님이 뚝 끊겼다”며 “어제부터 평소 손님의 절반도 안 오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언급된 여의도 국회 앞의 또 다른 식당에선 종업원이 연신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문이 돌자 최근 가게를 다녀간 손님들로부터 “확진자가 나온 게 맞느냐”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것이냐”는 문의가 빗발친다고 했다. 이 식당 관계자는 “확진자가 나온 것은 맞는데 홀 서빙 직원이 아니라 주방 직원이었고, 다른 직원들은 다 음성 판정을 받아 정상 영업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혹시 손님들이 불쾌해할 수도 있어서 예약 손님들에게도 미리 전화로 상황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식당의 이날 점심 예약은 절반 이상 취소됐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 식당가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더운 날씨에도 분식집 야외 테이블에서 ‘혼밥’을 하는 직장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점심시간에 길게 줄을 서야 하는 카페 내부도 빈자리가 여럿 보였다. 대신 직장인들은 커피를 포장해 인근 공원으로 향했다. 이날 광화문에서 가장 바빠 보이는 곳은 샐러드를 포장해 갈 수 있는 가게였다. 사무실에서 혼자 끼니를 해결하려는 직장인들이 샐러드 가게를 많이 찾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거리두기 지침과 별도로 시민들이 자구책을 찾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당장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걱정이 크다. 이달 결혼식을 올리는 여의도 직장인 박모(32)씨는 7일부터 ‘외부 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박씨는 “당장 근처 식당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만큼 청첩장 모임은 물론이고 외부 식당 자체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평소 대중교통으로 출근했지만 결혼식 때까지 자차로 출근하고, 점심 식사는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대중교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정모(33)씨도 6일 저녁 지방에 계시는 어머니로부터 “서울 상황이 많이 위험한 것 같다. 지하철을 타지 말고 운전해서 다니면 좋겠다”는 당부 전화를 받았다. 정씨가 “출근길이 막힌다”고 웃어 넘기자 어머니는 “그게 문제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정씨는 “뉴스에 둔감한 어머니조차 걱정할 정도라 긴장이 된다. 당분간은 자차로 출근할 예정”이라고 했다.
MZ세대 직장인 사이에서는 “코로나가 무서워서 도저히 회사에 못 가겠다” “이번엔 제대로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의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최모(29)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 1년 이상을 버텨왔는데 지금처럼 불안한 적은 없었다”며 “마침 회사에 재택근무 관련 문의가 많다고 해서 선제적으로 재택근무를 하자고 의견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판 박민지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