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에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정부 발표 때마다 들쭉날쭉 달라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택 건축 상황에 따라 입주 물량은 변동 여지가 있지만, 집값이나 전·월세 시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입주 물량 전망치가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은 정부와 정책 신뢰도를 위협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토부는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을 4만2000가구라고 보고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앞서 지난달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4만3000가구라고 밝혔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발표 때마다 숫자가 널 뛰었다. 지난해 11월 국토부는 전세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서울의 예정 입주 물량을 4만1000가구라고 밝혔는데, 올해 4월에는 4만2000가구로 슬그머니 1000가구 늘렸다. 변동과 관련해 별다른 설명이나 구체적인 근거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준공일이 연기되는 등 건설 상황에 따라 입주 물량에 변동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정부가 밝히는 입주 물량 수치가 이처럼 단기간에 바뀌는 것을 보면 정부 당국자들이 과연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올해와 내년 서울 등 수도권의 입주 물량 가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정부는 최근 “입주 물량은 부족하지 않다”며 반박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서울 주택 입주 물량을 총 8만3000가구라고 밝혔다. 아파트 입주 물량뿐 아니라 연립·다세대주택 등 비(非)아파트까지 모두 끌어모은 수치다.
미분양 주택 현황이나 월별 주택 거래 건수 등 대부분 주택 관련 통계와 달리 입주 물량은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 일반인이 접근하기가 어렵다. 민간 시장조사기관인 부동산114나 아실 등이 집계한 입주 물량과 정부의 입주 물량은 차이가 1만 가구 이상 나지만, 정부는 이와 관련해 “민간기관 발표 물량은 아파트 입주자 모집공고를 기반으로 산정하는 것이고, 정부는 관련 협회 취합 물량과 공공임대 등도 감안해 집계한다”고만 설명할 뿐 세부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많은 실수요자가 집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 상황을 예측할 중요 근거자료인 입주 물량 통계조차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시장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토부가 정 의원에게 보고한 올해 서울 자치구별 입주 물량을 보면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종로구와 중구, 성동구, 광진구 등 7개 자치구(28%)가 올해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제로’이거나 1000가구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강남구와 강동구 입주 물량이 5000가구가량으로 그나마 서울에서 가장 많았고, 서초구·송파구·동작구·강서구·중랑구가 나란히 약 3000가구로 뒤를 이었다.
세종=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