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은커녕 동네 맛집도 가기가 꺼려지는 팬데믹 시대가 되자 예능의 무대도 좁아졌다. 대신 집에 갇힌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나 대리만족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변형 예능’이 늘고 있다.
tvN은 오는 23일 ‘홍진경의 영화로운 덕후생활’을 시작한다. ‘집콕’이 길어지자 다양한 플랫폼에서 영상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로 외부활동이 힘든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골라볼 수 있도록 다채로운 영상을 소개하고 조언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신혼부부들은 신혼여행지를 고르는 재미를 빼앗겼다. 몰디브로, 하와이로, 발리로 떠나던 사람들은 제주도나 강원도에서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오는 12일 처음 방송하는 tvN ‘우도주막’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도로 신혼여행을 떠나 온 부부들을 위해 ‘단 하나뿐인 주막’을 차려 특별한 추억을 선물한다는 콘셉트다. 배우 김희선과 가수 탁재훈, 개그맨 문세윤 등이 신혼부부들의 식사와 잠자리를 챙긴다.
JTBC에서 지난달 29일부터 방송 중인 예능 ‘바라던 바다’는 바다가 보이는 라이브바에서 출연자들이 선곡한 음악과 직접 만든 요리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가수 윤종신 온유 이수현, 배우 김고은 이동욱 등이 출연한다. 답답한 일상 속 힐링 예능을 표방한 ‘바라던 바다’는 ‘비긴어게인’의 송광종 PD가 연출을 맡았다.
‘골린이’(골프와 어린이의 합성어, 골프에 막 입문한 초보를 이르는 말)를 타깃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내 스포츠 등이 제한되면서 골프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JTBC ‘세리머니 클럽’은 ‘골프계의 신화’인 전 프로골퍼 박세리와 가수 김종국, 개그계의 골프 고수 양세찬이 골프 동호회를 결성한다는 콘셉트다. 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를 초대해 야외에서 골프 게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회원들이 미션 수행에 성공하면 ‘세리머니 클럽’ 이름으로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의 ‘예능 작법’에서 진화하기에는 현실적 제약들이 많다. 지금은 예능에 조금씩 변형된 포맷들이 등장하는 일종의 팬데믹 적응기”라며 “코로나 시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줄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 같은 변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