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기증품을 소장·전시할 ‘이건희 기증관’(가칭)이 결국 서울 품에 안긴다. 후보지로 서울시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땅과 문화체육관광부 소유의 용산구 용산가족공원 인근 땅 2곳이 선정됐다. 유치경쟁을 벌인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한다며 반발했다.
문체부는 7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 방안’을 발표했다. ‘이건희 기증관’은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연내 부지를 확정한 뒤 설계 등을 거쳐 이르면 2027년 문을 연다.
문체부는 부지 선정 원칙으로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기증의 가치 확산, 문화적 융복합성에 기초한 창의성 구현, 전문 인력 및 국내외 박물관과 협력 확장성, 문화적·산업적 가치 창출을 통한 문화강국 이미지 강화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전문가로 구성된 활용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 가운데 기증품의 보존·관리를 제일 중시했다”면서 “기증품은 유화, 석물, 도자기 등 성격이 다양한데,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1만여점의 전적류를 연구하려면 국립중앙도서관과 협업도 필요하다”며 신축 후보지 선정 이유를 밝혔다. 두 부지는 각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가깝다.
김 전 관장은 “부지는 접근성이 중요하므로 도심에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송현동 부지에 장점이 있다”면서 “만약 용산에 짓는다면 위치상 진입로를 새로 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송현동 부지(3만6600㎡·약 1만평)는 한때 삼성 소유로 이 회장이 1997년 미술관, 오페라하우스 등 건립을 염두에 두고 매입해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게 설계까지 맡겼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잔금도 치르기 전에 대한항공에 넘긴 사연이 있어 상징성이 있다. 용산 부지(5만㎡·약 1만5000평)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 사이에 있다.
‘이건희 기증관’ 신축으로 지난 4월 말 국립중앙박물관에 2만1600여점, 국립현대미술관에 1400여점 등 성격에 따라 나뉘어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이 다시 한 공간에 합쳐진다. 광주시립미술관(30점), 전남도립미술관(21점), 대구미술관(21점), 양구 박수근미술관(18점), 제주 이중섭미술관(12점) 등 지역 공립미술관 5곳에 보낸 컬렉션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컬렉션 가운데 삼성미술관 리움에 기증한 작품은 그대로 두고 전시 등이 있을 때 협업하기로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정부의 수도권 일극주의의 증명”이라며 “대한민국은 서울밖에 없나. 이러고도 균형발전을 입에 올릴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도 입장문을 내고 “지역발전과 문화 향유 기회의 확대를 기대했던 비수도권 국민의 마음을 짓밟은 폭거”라고 반발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