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첫 원주민 출신 총독… ‘학살’ 덮기 해석도

입력 2021-07-08 04:03
사상 첫 원주민 출신 캐나다 총독으로 임명된 메리 사이먼이 6일(현지시간) 퀘벡주 가티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누이트족 출신인 그는 최근 불거진 원주민 학살 과거사 논란과 관련해 “캐나다 사회 전반에 걸쳐 치유와 회복을 증진하기 위해 매일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원주민 출신 총독이 임명됐다. 원주민 학살 과거사 논란이 한창인 상황에서 ‘화해로 나아가기 위한 역사적 결정’이라는 평가와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회유책’이라는 해석이 공존한다.

캐나다 원주민인 이누이트족 출신 여성 메리 사이먼(73)이 6일(현지시간) 제30대 총독에 임명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186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캐나다에서 총독은 공식 국가원수인 영국 여왕을 대리하는 자리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의회 개회사 및 정회 선언, 법안에 대한 왕실 재가 등과 함께 캐나다군 최고사령관을 맡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사이먼 신임 총독 지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건국 154년이 지난 오늘 이 나라는 역사적 걸음을 내딛는다”고 말했다.

사이먼은 첫 연설에서 “특별히 반성적이고 역동적인 시기에 이뤄진 결정”이라며 “캐나다 사회 전반에 걸쳐 치유와 회복을 증진하기 위해 매일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1947년 퀘벡주 북부 누나비크 동쪽 해안의 이누이트족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원주민, 아버지는 캐나다로 건너온 영국 모피 무역상이었다. 사이먼은 1970년대 현지 방송사 CBC 노스에서 프로듀서 겸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북퀘벡 이누이트족 권리보호 단체에 참여했다. 1994년부터 10년간 캐나다 초대 극지 담당 대사를 맡았고 1999~2002년에는 덴마크 대사를 겸임했다.

사이먼 총독 임명은 캐나다 내에서 과거 원주민 문화 말살 정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캐나다는 백인 사회 동화를 명분으로 18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누이트족, 인디언 등을 기숙학교에 집단 수용하고 아동 인권 침해를 자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던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어린이 유해가 수백구씩 발견돼 과거 잔혹사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캐나다 건국기념일인 지난 1일 열린 애도 시위에서 일부 참가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빅토리아 여왕 동상을 쓰러뜨리기도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