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르쉐 의혹’ 박영수 특검 사표… 어쩌다 이 지경까지

입력 2021-07-08 04:02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고가 외제차 포르쉐 렌터카를 제공받아 논란에 휩싸인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사표를 제출했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해 2016년 12월 특검팀이 출범한 지 4년7개월 만의 불명예 퇴진이다. 김씨에게서 렌터카를 제공받은 것은 누구보다 엄정해야 할 특검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며칠간 렌트하고 반납했고 렌트비 250만원을 지급했다고 해명했으나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3개월 후 그것도 현금으로 지급한 것은 석연치 않다. 박 특검은 명절에 3~4차례 대게나 과메기를 받은 사실도 시인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 특검의 사퇴로 상고심과 파기환송심이 남아 있는 국정농단 의혹 사건 공소유지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정농단 특검법은 특검 궐위 시 소송행위를 진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후임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임명돼도 사건 파악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박 특검은 이런 혼선을 초래하고 재판에 차질을 빚은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고위 공직자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성과 윤리 의식이 얼마나 느슨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박 특검으로부터 김씨를 소개받은 당시 부장검사는 거액의 금품을 받아챙겼고, 경찰서장과 언론인 2명도 시계, 골프채, 차량 등의 편의를 제공받은 혐의가 드러나 입건됐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전현직 국회의원, 대학교수, 또다른 언론인 등 20여명도 김씨로부터 고급 수산물을 받았다고 한다. 고위 공직자, 정치인, 언론인, 교수 등이 줄줄이 연루된 것을 보면 우리 사회 지도층, 소위 유력 인사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김씨의 실체를 몰랐을 가능성이 크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사기 행각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 경찰은 연루 인사들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등을 엄정하게 가려야 한다. 김씨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해 전방위로 로비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만큼 수사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