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강서구 일가족, 대면 접촉 제한에 발견 늦어져

입력 2021-07-08 04:06
국민일보DB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사건은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보다 일찍 발견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관계자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제공되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전달하기 위해 방문했지만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금지돼 이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7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2시35분쯤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의 사망 시점은 지난 1~3일로 추정된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망 시점 추정은 불가능하지만 사망자들의 통화 내역과 CCTV, 검안의 소견 등을 종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망 사실이 알려졌지만 그보다 하루 앞서 통장이 해당 가구를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한 일가족은 모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고, 사망자 중 50대 어머니 A씨와 30대 아들 B씨는 2014년부터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의료급여를 지원받아 왔다. 또 관할 주민센터에서는 분기별로 가정에서 사용할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주거복지 차원에서 지급받아 왔다. 주민센터 직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거나 지역 통장 등이 방문해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지 대면으로 확인하는 ‘위기가구 모니터링’ 취지에서다.

그러나 지난 4일 통장이 3분기 쓰레기봉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대면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해당 지역 통장이 쓰레기봉투를 전달하기 위해 해당 가정을 방문했지만, 문을 두드려도 별다른 인기척이 없어 현관 앞에 쓰레기봉투를 놓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원칙대로라면 쓰레기봉투를 받았다는 서명을 직접 받아야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접촉이 최소화되면서 사인을 받지 않은 채 봉투만 두고 온 것이다.

경찰은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1차 부검 결과 사망자 모두 외력의 작용을 의심할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사망자 중 아들의 혈액 간이검사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를 종합해 사망 경위를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