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금품 전달 의심 27명 명단 확보… ‘대가성 여부’ 주목

입력 2021-07-08 04:02

정치권과 검찰, 언론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에 대해 경찰이 대가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품 제공 사실을 경찰에 진술했다는 내용을 두고도 김씨 측과 경찰 입장이 서로 엇갈린다.

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김씨가 금품을 전달했다고 의심되는 27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김씨와 함께 일한 직원 A씨가 해당 물품을 구매하거나 집 주소로 전달하는 과정을 사진 등의 기록으로 남겨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모두가 청탁금지법 위반 대상은 아니며 받은 물품의 가액도 기준금액(100만원)을 초과하는지, 금품 전달과 만남에 대가성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단계다.

김씨는 금품 전달 사실을 경찰에서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국민일보 7월 7일자 8면 보도)하고 있다.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경찰 조사에는 협조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사 접견도 거부하고 있어 경찰은 구속된 김씨의 체포영장을 발부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김씨가 검찰 송치 하루 전날인 4월 1일 직접 진술을 했지만 조서로 남기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이 돌연 ‘여자친구를 보게 해주겠다. 담배를 태우겠냐’고 하더니 ‘O, X로만 답하라’며 관계인들의 친분 관계를 물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를 변호하고 있는 법무법인 강남 이모 변호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금품을 제공한 사람의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김씨는 경찰에 구체적으로 금품 전달 내용을 진술하지 않았다”라며 “모두 직원 A씨의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조서에 남기지 않은 면담 기록이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김씨와의 면담 내용을 조서로 남기진 않았지만 보고서로 기록했다. 김씨의 로비 의혹에 얽힌 인사 중 1명인 이모 부장검사의 집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할 때에도, 관련 기록이 영장에 첨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116억원대 선동 오징어 사업 사기로 구속 수감 중인 김씨는 사기 피해 변제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차명 재산은 변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12월 30일 특별사면으로 안동교도소에서 출소한 김씨는 사기 전과로 별다른 수입이 없었고, 신용 상태마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때 주변 지인 명의 신용카드를 쓰고 사용한 카드값은 현금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생활했다.

투자금을 받아 형편이 나아진 김씨는 이때부터 슈퍼카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김씨가 슈퍼카를 사는 데 쓴 돈만 4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김씨는 타인 명의를 빌려 리스하는 방식으로 차를 탔다. 슈퍼카 중 실소유주가 김씨인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은 10대 정도다. 이 중엔 리스 비용 지불이 거의 마무리 돼 수억원의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차량도 포함돼있다. 해당 차량을 김씨 측 변호인이 처분하려 했으나 소유주가 김씨인 것이 알려지면서 “사기꾼 차량이면 사지 않겠다”고 취소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 김씨 측이 처분하지 못한 슈퍼카는 2대다.

이밖에도 김씨는 포항 지역에서 편의점 사업을 시작하며 여러 건의 전·월세 부동산 계약도 맺었다. 보증금은 김씨가 마련했지만 직원 등의 명의를 빌렸다. 김씨 재산임을 입증할 수는 있지만 시일이 걸려 처분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게 김씨 측 주장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