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실적에 힘입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반도체 호황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12조5000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94%, 53.37% 증가했다. 매출은 2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3분기(12조3500억원) 이후 처음이다. 2분기만 놓고 보면 2018년 2분기(14조8700억원) 이후 3년 만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가 2분기 매출 61조4427억원, 영업이익 10조740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반도체가 실적 개선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배 이상 늘어난 7조원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들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오르면서 영업이익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정전 사태로 1분기에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던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2분기부터 정상 가동된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스마트폰과 TV 등은 1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은 더욱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하반기에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 가격은 2분기보다 3~8%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 플래시도 5~1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면 삼성전자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50조원을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지난해(35조9939억원)보다 40% 이상 영업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7년(53조6450억원)과 2018년(58조8867억원) 등 두 번이었다. 당시에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실적을 주도했다.
하지만 장밋빛 실적 전망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날 주가는 8만800원으로 마감, 전 거래일보다 0.49% 하락했다. 메모리 반도체 실적은 긍정적으로 예상되지만 해소되지 못한 불확실성이 주가 발목을 잡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운드리에서는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인데, 대규모 투자 결정도 미뤄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폴더블 대중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데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부재로 기민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하는 점이 삼성전자의 불안요소로 꼽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