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층간소음 민원 2500건 받고… 현장 한 번도 안 나간 국토부·LH

입력 2021-07-08 04:04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6년간 2500건에 달하는 층간소음 민원을 접수했지만 단 한 번도 현장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LH 아파트만이라도 현장에 나가 달라’는 정부 내 요구마저 묵살하는 등 법적 책임과 의무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LH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이하 LH센터)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469건의 층간소음 민원을 접수했다.

층간소음 민원 처리는 국토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한다. 환경부는 한국환경공단·환경보전협회를 통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운영 중이고 국토부는 LH센터에 관련 업무를 맡겼다. 국토부 소관 공동주택관리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공동주택관리지원기구(LH센터)가 층간소음 방지 등에 대해 필요한 조사 또는 상담을 지원하고 지원기구는 국토부 장관이 지정하게 돼 있다.

제도에 따라 LH센터가 접수한 층간소음 전화상담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2500건에 달했다. 2018~2019년에는 연평균 235건이 접수됐는데 지난해는 682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수업과 재택근무가 늘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급증한 영향 때문이다.

층간소음 민원 처리를 할 때 전화상담 중재는 한계가 있다. 감정이 쌓여 있는 만큼 피해를 유발한 주민과 피해 주민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 이웃 간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고 국민 10명 중 8명은 층간소음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러나 국토부와 LH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현장 투입 인력은커녕 측정 장비조차 전무하다.

반면 지난 6년간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공단이 접수한 전화상담은 15만8360건으로 LH센터보다 64배나 많았다. 또 현장조사와 소음측정은 각각 1만795건, 1835건 이뤄졌다. 층간소음 민원을 LH센터에 접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환경공단으로 층간소음 민원이 집중된 것이다.

환경부는 층간소음 업무 부담이 계속 커지자 지난 4월 8일 LH센터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구했다. “7월부터 층간소음 상담 시 LH에서 건설해 임대·분양한 공동주택은 LH센터에서 현장상담·소음측정을 포함한 관리업무를 전담하는 것으로 안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소음측정 기기를 지원하고 현장 인력 교육까지 책임진다는 조건도 걸었다.

그러나 LH센터는 12일 만에 이 요청을 거절했다. 답변서에는 “관련 장비와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7월 1일 시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달았다. 층간소음 민원 처리는 일률적이고 통일된 기준을 갖고 환경부의 이웃사이센터에서 하라는 내용도 포함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국토부 장관이 예산 범위에서 공동주택관리지원기구의 운영 및 사무처리에 필요한 경비를 출연·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이마저도 외면한 것이다.

송 의원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층간소음 분쟁이 크게 늘었음에도 환경부에 비해 국토부와 LH는 관리에 크게 소홀한 모습”이라며 “층간소음은 현장을 방문해 분쟁을 해결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국토부와 LH는 현장을 전혀 찾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