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경제’ 산업별 양극화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높여

입력 2021-07-08 04:03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산업 양극화는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를 동시에 안기고 있다. 첨단 디지털 분야에 경기 회복의 과실이 쏠리고, 전통 산업은 침체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통화정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올해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매출 실적의 격차는 3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대기업의 매출 실적 BSI는 지난 1월 97에서 지난달 129까지 올랐으나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81에서 99로 오르는 데 그쳤다. 자금사정 실적 BSI는 대기업 103, 중소기업 76으로 27포인트 차이가 났고, 인력사정 실적 BSI의 격차도 20포인트였다.

대기업은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엔 경기 회복부터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7일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와 지체됐던 투자와 소비가 재개돼 실적이 개선된 것일 뿐 경기가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보긴 어렵다”며 “수출만 보고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가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것도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높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4월 “1년여간 고용 사정이 악화했고, 서비스업 생산 능력이 저하된 여건을 고려하면 잠재성장률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낮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새로운 불안 요인,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에서 “수출과 내수 시장 간 격차가 제조업·서비스업, 비대면·대면 산업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고용과 소득 양극화로도 전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 지붕 두 경제’ 체제는 양극화의 정확한 단면”이라며 “우선 재정정책은 최대한 확장적으로 가져가되 용처를 피해 계층에 타깃팅해서 집중적으로 쓰려 한다”고 말했다.

경고음은 해외에서도 울리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4일 영국 가디언 기고에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스태그플레이션 부채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10년간 완화적 재정·통화 정책으로 성장을 유도했으나 이런 시도가 자산 과열을 부추겨 거품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과 2008년 이후 부채 위기가 곧 결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양극화 문제는 통화·재정 정책만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저물가를 극복하기 위한 통화·재정 확장 기조가 장기간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선 전통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교수는 “과거의 경제 패턴에 천착하지 않고 혁신을 통해 성장동력이 떨어진 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노동력을 이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아 강준구 기자, 세종=신재희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