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풀린 과잉 유동성이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회수되기 시작한다면 가장 크게 직접 타격을 입는 부문이 부동산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시가 급등으로 그야말로 ‘영끌’ 매수가 폭발적으로 일어난 만큼 정교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매 타이밍은 “두고 보자”
국민일보가 문의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현재 부동산 가격이 과도한 매수세로 지나치게 높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지금 매매를 해야 하는지를 두곤 관망세가 상당히 강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매머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정부의 강경일변도 부동산 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한 것도 관망 시그널로 작동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7일 “지금 집값이 최고점인지, 최저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다만 분명한 것은 주택시장이 과매수권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홍석 신한PWM잠실센터 PB팀장도 “현재 부동산 가격이 일반 국민의 가처분 소득으로는 정상적으로 매수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상승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매매 타이밍을 두고는 ‘두고 보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는 “현재 다주택자들이 높은 세금 탓에 매도를 고민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내년 대선도 있어 부동산·금융 정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등은 자금계획을 잘 세워 일단 낸 뒤 1년 정도 버텨보자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이후 세제 혜택의 변화를 좀 지켜보고 다음에 판단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팀장도 “개인의 필요, 부동산 개발 가능성 등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대부분 PB센터에서는 부동산을 매도하는 분이 비율상 더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부동산을 사려면 레버리지(대출)가 필요한데, 앞으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문제”라며 “향후 시세차익만으로 금융비용이 커버가 될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재무 측면에선 확실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은 오르겠지만 현시점에서 매수 전략이 맞는지는 중립적”이라고 평가했다.
2030실수요자는 “사라”… 투자론 “글쎄”
2030세대와 실수요자의 경우는 현시점에서 여러 조건을 면밀히 판단해 매수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 위원은 “확실한 것은 주택 구매를 원한다면 단기 급등지역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라며 “전통 선호지역이 아닌데도 단기에 비정상적으로 오른 곳은 피해야 한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경기 파주·김포 등이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금융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안 떨어지고 전셋값도 계속 오를 테니까 실수요자라면 지금 사는 게 낫다”며 “하지만 투자 목적이라면 정부가 다주택자를 규제하고 있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조정 기간이 올 때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학수 하나은행 도곡PB센터 골드PB팀장은 “2030세대는 우선 청약통장을 준비해야 한다”며 “지금은 과열 심리 상태이기 때문에 청약 경쟁률이 세지만 모든 자산은 하락 시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정 국면을 대비해 청약을 준비하고,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재개발·재건축 대신 서울 근교의 소형아파트 급매물을 봐뒀다가 하락 시점에 사야 한다.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출의 경우 기존 변동금리 대출은 향후 금리 인상분이 올 들어 상당 부분 선반영됐기 때문에 기존 대출 유지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신규 대출을 받을 땐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추천했다. 최 팀장은 “이미 단기 시장 금리는 빠르게 반영돼 있어 현재 수준에서 대출 금리를 조정하거나 리볼빙(대출 연장)으로는 효율성을 찾기 어렵다”며 “기존 대출은 유지하되 신규 대출 시 장기 고정금리로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영끌’ 투자에 대해 김 팀장은 “본인이 실거주용으로 대출받는다면 갚아나갈 수 있는 수준에서 받아도 좋다”며 “그러나 투자용 대출이라면 확신이 있는 경우에만 급여의 10% 수준으로만 하라”고 조언했다.
강준구 김지훈 기자 eyes@kmib.co.kr
강준구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