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하나님 임재’ 염두에 두면서 읽되 마지막 장부터 읽기를

입력 2021-07-09 03:05

성서신학 분야에는 신약신학과 구약신학이 있습니다. 구약신학은 구약 자체가 제시하는 신학을 체계적으로 구성한 학문입니다. 문제는 구약이 담고 있는 핵심 신학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주체가 학자라는 것입니다. 구약학자는 구약성서 전체를 꿰뚫는 포괄적 주제를 찾기 위해 각기 위대한 전망대를 구축하려고 애써왔습니다. 물론 역사적 전망대에서 구약 문서를 살피는 것이 첫 번째 일입니다. 문서를 역사적 축적물로 인지하고, 역사적으로 그 문서가 어떻게 형성·발전돼 왔는지를 살핍니다. 여기에 문서의 문화적 정황을 고려하는 건 당연합니다.

역사적 연구와 함께 문서의 신학적 연구도 병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종교사 연구에 머무르게 됩니다. 19세기 주도적 구약 연구는 대부분 종교사학파와 연동돼 있습니다. 그러다 20세기에 와서 이른바 구약신학에 관한 새로운 관점이 떠오르게 됩니다. 발터 아이히로트가 구약신학 연구는 본질부터 신학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본격적으로 구약신학의 태동을 알립니다.

평생 학문 작업을 결산해야 하는 나이에 이르면 구약학자들은 구약총론이나 구약신학을 쓰고 싶어 합니다. 물론 내 경우도 그리 다르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나와 동년배인 저자가 내놓은 이 책엔 각주도 별로 없습니다. 평소에 몸과 마음에 익혔던 구약의 신학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저술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구약성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하나님의 임재’라고 합니다. 물론 언약, 토라, 약속, 왕국(왕권) 등도 유력한 후보가 되겠지만, 그는 하나님의 임재가 구약성서 전반, 신구약 성서 전반에 걸쳐 전개되는 지배적이고 편만한 주제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독자는 하나님의 임재가 구약신학의 지배적 주제임을 염두에 두면서 각 장을 읽어야 합니다.

책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독하는 사람은 성실한 사람이겠지만 지혜로운 독서를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좀 더 실질적으로 이 책을 숙지하려면 먼저 마지막 장인 제8장(결론)을 천천히 반복해서 읽기를 권합니다. 제8장의 결론 부분을 읽다 보면 꽤 놀랄만한 내용이 나올 겁니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책의 여러 장 중 아무 장이나 하나를 골라 꼼꼼히 읽어보세요. 이런 일을 반복하다 보면 책의 윤곽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왜 저자가 구약신학의 주제를 하나님의 임재라고 정했는지가 선명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참고로 모세 오경 내러티브를 ‘하나님 임재로부터의 추방’으로 읽는 에리 레더 박사의 책 ‘에덴의 동쪽에서’는 저자의 책과는 방법론적으로 결은 다르지만 다루는 주제에서는 공통된 측면이 있습니다.

류호준 목사(전 백석대 신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