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세계선교 위해 애써온 선교사들 노고 잊지 않았으면…”

입력 2021-07-08 03:03
강대흥(가운데) KWMA 사무총장과 김옥순(오른쪽) 미가힐링센터 원장이 지난 3일 충남 금산군 서대산추모공원에 조성된 ‘선교사 추모공간’(가칭)을 둘러보고 있다. KWMA는 7일 서울 동작구 KWMA 사무실에서 서대산추모공원 지분을 보유한 미가힐링센터와 업무제휴 협약식을 가졌다. 금산=강민석 선임기자

A국에서 사역 중이던 B선교사는 지난달 귀국을 위해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양성이었다. A국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다 숨진 B선교사는 최근 충남 금산군 서대산추모공원에 안장됐다.

B선교사를 추모공원에 모시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유가족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B선교사를 보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유골함을 둘 작은 공간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이들을 위해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사무총장 강대흥)가 나섰다.

KWMA는 코로나19로 많은 선교사들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하자 순직 선교사를 위한 납골당 필요성을 고민했다. 한국교회와 세계 선교를 위해 노력해 온 선교사의 노고를 기억하고 유가족을 돕기 위한 것이다.

KWMA는 7일 서울 동작구 사무실에서 미가힐링센터와 업무제휴 협약식을 가졌다. KWMA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사망한 선교사는 B선교사를 포함해 14명이다. 협약서에는 미가힐링센터가 KWMA 산하단체에 소속된 선교사와 부모, 자녀가 사망할 경우 납골당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KWMA는 미가힐링센터가 보유한 서대산추모공원의 납골당 중 일부를 사용할 수 있다. ‘선교사 추모공간(가칭)’이라 이름 붙여질 방에는 유골함 500여기를 안치할 수 있다. B선교사 가족은 KWMA의 도움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 전 납골당에 B선교사의 유골함을 봉안했다.

KWMA가 선교사 추모공간을 조성하게 된 데는 현장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강대흥 사무총장은 “선교사들은 해외에 있다 보니 자신의 부모나 자녀가 황망한 일을 당해도 제대로 모시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최근엔 코로나19로 선교지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받으면서 가족을 걱정하는 선교사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강 총장은 지난 5월부터 기독교인이 운영하거나 기독인을 위한 추모공원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 가장 먼저 응한 곳이 미가힐링센터다. 미가힐링센터 김옥순 원장은 “하나님이 맡겨놓으신 걸 내놓으라고 하시면 내놓는 게 맞는다”면서 “하나님은 한국선교가 우선이라는 사명을 주셨고 어렵게 선교하는 선교사님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해 납골당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KWMA는 선교사를 위한 추모공간을 지역별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경기도와 경남에 있는 기독인 납골당 관계자와도 협의 중이다.

KWMA가 선교사와 가족에게 납골당을 제공한다는 소식에 선교사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B선교사와 신앙생활을 함께한 한국대학생선교회 교사사역부 현지식 목사는 “이름도, 빛도 없이 하나님 일을 했는데 이렇게 한국교회가 B선교사를 기억해 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태국에서 사역 중인 오영철 선교사는 “최근 동료 선교사들이 코로나19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안타까웠지만 나에게는 먼 나라 일처럼 느껴졌다”며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KWMA가 고민하고 해결해 주니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금산=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