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콘셉트(high concept)’ ‘하이 터치(high touch)’라는 말을 아는가. 다니엘 핑크가 쓴 ‘새로운 미래 사회가 온다’는 책에서 소개된 말이다. 하이 콘셉트는 창의적 상상력을 의미하고 하이 터치는 상대를 공감하게 하고 참여하게 하는 감성 능력을 말한다. 이것을 교회보다 일반 기업이 더 빨리 간파하고 앞서갔다.
옛날에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자기 회사 제품만 많이 팔려고 했는데 요즘은 고객과 소통하고 공감 작업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래서 앞서가는 CEO들은 명함에 ‘CEO-Head of community’라고 쓴다고 한다. 이런 CEO들은 2~3%의 충성고객 혹은 프로슈머(생산적 소비자)를 만들어내고 그 2~3%의 골수 팬덤이 전체의 커뮤니티를 움직이고 끌어간다고 한다.
앞서가는 CEO가 되기 위해서는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올드한 ‘꼰대’ 마인드부터 버려야 한다고 한다. 오히려 회사가 손해를 보고 불리한 프레임에 걸리게 될 때가 있더라도 세스 고딘이 말한 대로 보랏빛 소가 되어 창의적 상상력을 갖고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하이 터치를 한다고 한다.
한국교회 지도자들도 이러한 지혜를 가져야 한다. 정부의 장담대로 연말에 집단면역이 생성된다면 과연 한국교회 예배는 얼마나 회복될 것인가. 행여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집단 우울증에 걸리지는 않을까 하는 불길한 걱정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코로나 핑계만 대고 위무를 받거나 한탄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하이 콘셉트, 하이 터치로 전환하며 코로나 이후의 한국교회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새에덴교회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다양한 창의적 발상을 가지고 하이 터치를 시도해 보았다. 코로나로 인해 작년 연말 몇십 명밖에 모이지 못할 때도, ‘에델바이스 성탄절’을 기획해 교회 정문에 아기 예수의 탄생을 재현하는 포토존을 만들고 헌금함도 둬서 성도들이 가족 단위로 와서 즐겁게 인증샷도 찍고 예물도 드리면서 감격적인 성탄절을 보냈다.
또한 송구영신예배도 31일 오전부터 화상 줌을 통해 하루 아홉 번의 기도회를 인도했다. 그것도 숨이 가빠지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며 말이다. ‘자동차 스루’도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교인들이 더 강력한 응집력을 발휘하고 영적 역설적 슈퍼 처치를 이루는 것을 보았다.
최근에는 교회에서 15년째 해 오던 참전용사 초청행사에 메타버스를 활용했다. 그만큼 코로나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창의적 상상력을 동원하고 하이 터치를 했다.
일반적으로 하수들은 동종업종끼리만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헤어지면 서로 시기하고 질투한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만나본 다양한 분야에서 최절정에 오른 고수들은 역시 대기권 밖의 존재와 같았다. 그들은 이미 하이 콘셉트, 하이 터치 실력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코로나 이후의 교회 세움의 전략을 대비하지 않으면 어쩌면 닐 콜이 ‘교회 3.0’이라는 책을 통해 예견한 ‘종교 없음’의 시대를 맞을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찌 됐든, 코로나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공신력을 너무 많이 잃어버렸다. 그러나 한국교회 브랜드 회복과 세움의 전략은 어느 한 교회만 가지고는 안 된다. 먼저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로 통합돼 한국교회 전체를 회복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그리고 다시 부흥운동을 회복해야 한다.
미물인 개미도 홍수가 나면 살아남으려고 몇천, 몇만 마리가 힘을 합쳐 뗏목을 만들어 물이 다 빠질 때까지 계속 떠다니며 살아남는다고 하지 않는가. 한국교회도 살아남고, 아니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무조건 힘을 합쳐야 한다. 꼰대 마인드를 가지면 이런저런 핑계를 댈 것이다. 그러나 하이 콘셉트, 하이 터치를 하는 사람은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들자고 마음을 모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예장합동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