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처럼 떠 있는 순천 죽도봉 공원에서 생태수도를 한눈에…

입력 2021-07-07 21:07
전남 순천시 도심 속 푸른 숲을 자랑하는 죽도봉에 자리한 팔각정인 ‘강남정’ 너머로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팔각정 앞에 팔마상이 우뚝하다.

대한민국 생태수도 전남 순천시. 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생태·역사도시로 이미지를 구축해가고 있는 곳이다. 국가정원 덕분에 많이 알려졌지만 순천 시내 볼거리는 거기에 가려져 있었다.

순천 중심에 죽도봉이 있다. 이름답게 순천 시내에서 섬처럼 돋보이는 공원이다. 순천시민의 휴식공간일 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적 가치도 가진 곳이다. 덕분에 2012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하며 전국 아름다운 숲 10선에 선정됐다.

죽도봉 높이는해발 80m다. 대나무가 무성해 조선시대 화살대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고 전한다. 마을에서 이어지는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한 숲에 들어선다. 복원된 고려시대 정자인 연자루도 짧은 산책길에 운치를 더한다.

연자루는 2층의 팔작지붕에 T자형 건물로 정면 6칸, 측면 2칸의 대칭형 구조다. 고려시대에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1597년 정유재란으로 소실된 뒤 1619년(광해군 11) 승평부사로 부임한 강부성에 의해 중건되는 등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쳤다. 당초 순천 남문다리 옆에 있던 것을 1978년 복건하면서 죽도봉으로 옮겼다.

죽도봉에서 인기를 끄는 곳은 청춘데크길이다. 대나무 산죽 동백이 어우러져 다정하게 산책하기에 그만이어서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팔마상을 지나 3층으로 된 전망대 ‘강남정’에 오르면 순천 시내가 한눈에 시원스럽게 들어온다. 멀리 순천역과 그 앞을 흐르는 동천이 정답다.

순천은 근대를 대표하는 사통팔달의 교통도시다. 철도가 주된 교통수단이었던 시대에 전라선과 경전선이 교차하는 순천역은 전남과 서울, 전라도와 경상도를 연결하는 주요한 거점이었다. 교통환경이 다양해진 지금도 순천역은 KTX 정차역으로 늘 북적인다. 순천역 뒤편 조곡동으로 넘어가면 순천역이 간직한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순천역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 처음 영업을 시작했다. 같은 해 광주 송정리역까지 경전선이 개통되고 1936년 익산까지 전라선이 연결되면서 순천역은 일제 자원수탈의 근거지로 성장했다. 일본인 철도노동자들이 순천에 머물면서 1936년 조곡동 일대에 이들을 위한 대규모 관사마을이 조성됐다.

야경 명소로 꼽히는 동천 출렁다리.

동천에는 오천동과 풍덕동을 연결하는 출렁다리가 있다. 길이 181m, 폭 1.5m 규모로 볼거리와 산책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예쁜 조명을 달아 밤에는 야경에도 한몫한다.

청렴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팔마비.

순천 시내에 최근 보물로 지정된 팔마비가 있다. 승평부사(昇平府使) 최석(崔碩)의 청렴함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비석이다. 14세기에 처음 건립됐다는 역사적 유래와 함께, 1617년에 중건한 비가 현존해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조선 성종 때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따르면 최석이 승진해 상경하게 되자 관례에 따라 고을 사람들이 말 8마리를 바쳤다. 최석은 상경하는 길에 출산한 새끼 1마리를 포함해 9마리를 전부 되돌려 보냈다. 이로써 헌마(獻馬) 폐습이 없어지자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순천읍성 주민들이 충렬왕 34년(1308년)에 팔마비를 세웠다. 이후 순천을 대표하는 ‘팔마정신’으로 이어진다.

쉬엄쉬엄 여행하는 남제골 벽화마을.

순천 남제골은 여러 지역 사람들이 모여들어 형성됐다. 길 가운데 실개천이 흐르고 학생들의 자취방이 많았던 마을이다. 현재는 실개천이 복개되고 자취방도 사라졌지만 마을 우물이 있어 도심 속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남제골 쉬엄쉬엄 마을 여행은 누구나 시인이 돼 쉬엄쉬엄 걸을 수 있도록 골목길에 혼을 불어 넣었다. 아이들에겐 꿈과 미래, 어른들에게는 마음의 여유와 추억이 있어 정을 느끼게 하고 희망을 갖게 하는 골목여행이 된다.

순천 조례동에 있는 순천드라마촬영장은 50·60년대 순천 모습과 70년대 서울의 달동네, 80년대 서울 변두리의 번화가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2006년 드라마 ‘사랑과 야망’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어른들은 흘러간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고, 젊은 세대는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복고풍 감성’을 충족할 수 있는 ‘옛 교복 체험’이 인기다.

여행메모
꼬막·짱뚱어탕… ‘맛의 고장’ 대표
청년 창업공간 변신 옛 농협 창고

전남 순천은 심리적으로 멀다고 느껴지지만 실제 거리는 의외로 짧다. 수도권에서 호남고속도로와 순천완주고속도로 등을 이용하면 4시간이면 넉넉하다. 남해고속도로 순천나들목이 편하다. 열차를 이용한다면 서울 용산역에서 순천역까지 KTX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순천은 맛의 고장이다. 순천만 갯벌에서 나는 꼬막 외에 짱뚱어가 명성 높다. 꼬막에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살짝 얹어 고소한 맛을 낸다. 짱뚱어를 삶은 국물에 된장, 우거지 등을 넣어 추어탕처럼 걸쭉하게 끓인 짱뚱어탕은 별미다. 순천만 습지 입구에 짱뚱어탕·꼬막정식집이 즐비하다. 장천동 일대에 호텔 등 숙소가 몰려 있다.

'대한민국 1호 정원'인 순천만 국가정원은 순천만 자연생태공원과 맞닿아 있다. 호수공원, 꿈의 다리, 네덜란드 정원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낙안읍성, 순천문학관, 순천왜성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순천의 명소다. 옛 농협 창고도 순천 여행길에 둘러볼 만하다. 생동감 넘치는 청년들의 창업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순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