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육군 장성이 ‘성추행’… 특별신고 기간에 터졌다

입력 2021-07-07 04:03
성추행 피해자인 공군 이모 중사 추모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6일 이 중사를 추모하는 글들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여파가 지속되는 시점에 군에서 또다시 상관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엔 가해자가 현역 육군 장성이라는 점에서 군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군 수뇌부의 쇄신 의지도 이번 사건으로 추동력을 상실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 직할부대 소속 A준장은 지난달 29일 같은 부대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보직 해임된 데 이어 지난 4일 구속됐다. 그는 회식 후 노래방에서 2차 모임을 하던 중 강제로 신체접촉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당일은 국방부가 군내 성 비위 척결을 위해 사건을 접수하던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 기간(6월 3~30일)이었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6월 30일 피해가 접수됐고, 이틀 뒤인 지난 2일 A준장은 긴급체포됐다. 그는 군 수사에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추행 장면이 담긴 CCTV가 확보되면서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군 이모 중사 사건 수사가 일파만파로 번지며 군 수뇌부가 나서 성범죄 근절을 다짐한 가운데 터진 이번 사건에 대해 군 내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역 장성이 가해 혐의를 받는 건 3년 만이다. A준장이 국방부 장관의 직접 지휘를 받는 직할부대 소속 고위 간부라는 점도 비난 여론을 키웠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회식 자리에 이어 노래방을 방문했다는 점도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사건을 보고 받은 직후 격노하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은 성 비위 사건에 그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장관은 최근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고 엄정한 군 기강 속에 병영문화를 만들어 가자” “군내 성범죄가 군 기강을 저해하는 중대 범죄라는 인식하에 엄정하게 처리해 나가겠다”고 말하며 자정 의지를 밝혀왔다. 국방부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본 사건을 대단히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일벌백계함으로써 군 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사태 심각성을 지적하는 동시에 ‘장관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군의 성인지 감수성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아무리 강조해도 군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서 장관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해 지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중사 사망 사건 관련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소된 공군 양성평등센터장과 국선변호사(중위)는 곧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오후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두 사람에 대한 기소 방침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 중사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조만간 내놓을 전망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