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40%대 文 지지율 ‘양날의 칼’

입력 2021-07-07 04:05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선 예비경선이 총성을 올린 뒤 대권을 노리는 여당 주자들의 정책 및 공약 발표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선에선 임기 말 지지율이 떨어진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려는 과거 정치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현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기존 여의도 문법이 사라진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현재 여당의 대권 주자들은 너도나도 문재인정부의 계승·발전을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에도 40%대를 오르내리는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만큼 그 지지층을 상대로 자신을 어필하려는 안정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재인정부 지지층에 추가로 외연을 확장하면 보수정당에 맞서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정부에 비판적인 중도층 확보에 실패할 경우 오히려 대선 본선에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양날의 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여당의 대권 주자들은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를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장점으로 차별화를 극대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갤럽의 문 대통령 집권 5년차 1분기 지지율은 35%다. 역대 정부의 임기 말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5년차 1분기 지지율은 25%,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33%, 김영삼 전 대통령은 14%였다.


임기 말을 맞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비교적 견고한 것은 콘크리트 지지층인 40대의 탄탄한 지지가 깔려 있고, 역대 대통령마다 레임덕을 부추겼던 권력형 비리가 이번 정부에는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6일 “권력형 비리나 국정농단이 없는 것이 대통령 지지율을 받쳐주고 있다”며 “부동산을 제외한 경제 문제, 코로나19 대응도 양호하게 평가받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당 대권 주자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주자들은 과거처럼 대통령과 각을 세워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환경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저마다 문재인정부의 계승과 발전을 외치는 상황이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JTBC 방송에서 “지지율 40%인 문재인 대통령과 척져서는 (여당에서) 누구도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문재인정부가 소·부·장 산업에서 이룬 성과를 확실하게 계승할 것”이라고 했고, 이낙연 전 대표는 “대통령을 안 했으면 안 했지, 문 대통령을 배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 역시 “노무현정신과 문재인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선 주자들이 입을 모아 비판하는 것은 이미 실패로 귀결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청와대 인사검증 문제에 국한된다.

민주당이 당명 개정 없이 재집권에 도전하는 최초의 여당인 점도 문 대통령 지지율과 연관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7차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집권여당은 모두 당명을 바꿨다. 임기 말 레임덕이 시작되면 현 정부와 각을 세워야 지지율에서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15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한나라당으로 바꿨고, 17대 대선 전 열린우리당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18대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선 10개월 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 지지율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심정은 복잡하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현직 대통령 지지율 유지는 쉽지 않고, 결국엔 이를 집권여당이 보완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민주당이 이를 견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출신의 한 여당 의원은 “대통령이 지금 당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형국인데, 정작 당은 미래권력으로서의 자리매김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선 무엇보다 정치지형이 과거와 다른 이번 대선에선 특히 대권주자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김 대통령은 3자 구도가 작용했고, 노 대통령은 역동성으로 승리했다. 문 대통령 역시 탄핵국면이 작용했다”며 “그런데 과거와 달리 대선구도가 불분명한 지금 상황은 민주당이 처음 경험하는 선거”라고 평가했다. 결국 여당의 대선 승리 여부는 대권 주자가 향후 유권자 표심을 잡을 소구력 있는 메시지와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