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1호기 불법 가동중단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측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한 한국수력원자력 비용 보전 근거가 마련돼 있다”며 한수원에 손해를 끼쳤다는 검찰에 반박했다. 백 전 장관 측은 “조기폐쇄를 통해 이익을 본 주체는 국가나 국민일 수밖에 없다”며 원전 가동 중단을 배임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백 전 장관 측의 주장 자체가 경제성 조작과 배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본다. “탈원전 비용이 기금으로 보전되기 때문에 손해가 없다”는 주장은 “적법한 경제성 평가에 따라 조기폐쇄했다”는 주장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조기폐쇄로 인한 이익 주체가 국가라 하더라도 ‘보상 없는 공짜 폐쇄’로 민간 사유재산을 침해한 행위는 당연히 처벌 대상이라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백 전 장관 측은 6일 “개정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한 비용 보전 근거가 마련됐다”며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에 손해를 입혔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국민일보에 밝혔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정 전기사업법 시행령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가동이나 건설을 중단해 발생한 손실을 이 기금으로 메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백 전 장관 측은 이 같은 내용이 2017년 10월 국무회의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으로 이미 심의 의결된 원칙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러한 근거법령을 드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본다.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근거한 탈원전 비용 보전은 “계속 가동하면 적자”라는 내용의 경제성 평가 조작이 없었다면 애초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탈원전 정책에 타격을 입히지 않기 위해 월성원전 1호기의 경제성을 일부러 낮게 평가한 뒤 조기폐쇄에 따른 손실 보전을 회피해 한수원에 1481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본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월성원전 조기폐쇄에 따라 이익을 거둔 주체가 누구냐는 의문이 많이 제기됐다. 배임죄 구성 요건에는 손해를 끼친 행위와 함께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행위가 있기 때문이다.
백 전 장관 측은 “이익 주체는 국가나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며 검찰 수사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도 이익 주체를 국가로 보는 데까지는 판단이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익을 얻은 국가가 경제성 조작으로 보상을 회피해 민간 사유재산을 침해했다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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